속내를 감추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장편소설 를 읽고 “부모님은 아세요?” 살면서 동성애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럴 리 없지 않은가.사람들이 바글대는 공간, 이를테면 학교, 대중교통, 대형마트,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병원…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곳을 다니면서 동성애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한 권력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권력, 원한다면 영원히 무지할 수 있는 권력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동성애자인 것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걸 알 수가 있겠냐고 반박할 수 있겠다. 사실 정체성이라는 건 부러 감출 필요도, 드러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감춘다면, 당연히 이유가 있기 ..
피부로 환대하기[머리 짧은 여자, 조재] 스킨십에 대하여 군 소재지의 작은 중학교. 아니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은 아니었다. 한 학년에 일곱 반, 한 반에 30~40명가량의 학생이 있었으니. 군 안에서도 읍내라고 불리는 도심부에 여자중학교라곤 이곳 딱 한 곳뿐이었다. 읍내에 있는 3~4개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은 그대로 이 중학교로 진학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서로 이름이나, 혹은 얼굴이라도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학교에선 어떤 소문이든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안 좋은 소문일수록 더 빨랐다. 누군가는 또래집단에서 튕겨나가기도 했다. 원체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던 나도 숨죽이며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간간히 몇 반 누구랑 몇 반 누가 사귄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면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