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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위험한’ 찬핵 홍보
[녹색연합-일다 공동기획]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자연에너지재단으로”(5) 일다는 녹색연합과 동일본지진피해여성지원네트워크와 공동으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자연에너지재단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청정에너지’, ‘필요악’이라는 거짓된 원자력신화에서 벗어나, 재생가능한 자연에너지로 시스템을 전환하도록 촉구해갈 것입니다.
“원자력 홍보가 주춤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력 사업의 중요성은 여전하다는 생각을 유럽에서도 계속 견지하고 있듯이 ‘원자력 르네상스’는 계속될 것이다. ······ 앞으로 재단이 세계적인 원자력 홍보 전담기관이 되어야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나고 불과 18일 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창립 19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재환 이사장이 한 말이다. 이재환 이사장의 말과 달리, 3개월이 지난 지금 유럽은 빠르게 핵발전 반대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13일 이탈리아는 이틀에 걸친 국민투표에서 94% 반대로 핵발전소 부활을 포기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스위스는 2034년까지 핵발전소를 전면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핵사고로 핵 위험을 깨닫게 된 국민들의 반대의지와 적극적인 목소리가 과감한 핵정책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원자력 안전신화 고수하는 한국, 그 이면에는…
한편,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핵사고를 바라보면서도 2024년까지 48.5%로 핵에너지 비율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꿋꿋하게 고수하고 있다. 국민들은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먹을거리의 방사능 오염이나 방사능비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에 떨면서도 핵발전소 자체의 위험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하는 듯하다. 사고만 일어나지 않는 한 철저한 관리로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무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면 재앙이 된다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말이다.
▲ 2010년 실시된 원자력문화재단 공모전에 입상된 작품들.
이것이 바로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국민세뇌활동을 펼쳐 온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가장 큰 ‘성과’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2010년 한 해에만 단체(특히 여성단체), 학생, 기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원전을 시찰하는데 약 6억 4천만 원, 해외원전시찰에 약 16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 호화로운 국내외 원전 시찰은 각종 핵발전을 찬양하는 기사, 감상문, 방송 등으로 돌아왔다. 국민신뢰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벌어지고 있는 찬핵 광고와 방송을 통한 간접광고까지 더해 엄청난 물량의 광고공세에 노출된 국민들은 점점 핵위험에 무감각해진다. 말 그대로 ‘다다익선’ 전략이다.
찬핵 세뇌 활동 대상은 어른만이 아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차세대 이해증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미래세대에게 핵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 경제 논리를 따져가며 핵발전에 대한 찬반을 고민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의 이해는 단순명쾌하며 순수한 믿음에 가깝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이런 아이들의 맑은 영혼을 이용해 찬핵 홍보를 펼치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아이들의 순수함 이용한 ‘찬핵 공모전’의 실상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초ㆍ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해로 20회째 ‘원자력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원자력 공모전’에는 글짓기와 미술부문 등 1만 2330편의 작품이 응모됐으며, 총 272명의 학생과 5명의 지도교사, 5개 학교가 입상했다. 참가한 학교는 1343개로 무려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11%에 달한다. 이 높은 참여도는 연중 실시하는 ‘원자력이해나눔사업’을 명목으로 각 지역 교육청 소속 학교 학생과 교사를 동원해 2박 3일간 핵에 관한 집중 세뇌활동을 펼쳐온 홍보효과다. 2010년 입상한 학생들이 그린 그림과 글짓기를 보면 소름끼치다 못해 슬퍼진다.
학생들은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정리된 자료로 집중적으로 핵에 관한 공부를 하며 인식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19회 공모전에서 입상한 학생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주일 동안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했다”며 “무서웠던 원자력에 대한 이미지가 이제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위험한 줄로만 알았던 원자력이 알고 보니 친환경 녹색에너지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원자력공모전은 열렸다. 20회를 맞는 공모전 시상금은 무려 3870만원, 입상인원은 학생만 288명에 달한다. 아이들이 공모전에 참여하도록하고 그 과정에서의 핵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교사들을 개입시키는 방안도 잊지 않았다. 학생이 원자력공모전에 응모하도록 장려해 다수의 응모작품을 내거나 입상한 학생을 지도한 교사 12명을 선정해(2010년 5명) 우수지도자 상을 주고 연구비를 지원해준다.
7월에 공개될 공모전 결과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년 뒤, 아니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이 아이들은 자신이 입상했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자연에너지재단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 만들자
▲ 2010년 원자력문화재단 공모전 입상작 중.
지난 4월 27일 문부과학성은 핵발전소 인근 학교에 대한 방사선 피폭기준을 20밀리시버트로 높여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번복하고 1밀리시버트로 다시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대해 얻은 성과였다. 탈핵을 요구하는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다음 달에는 탈핵을 요구하는 전국 변호인단이 결성되어 10월경 전국 핵발전소가 자리 잡은 지역에서 일제히 소송을 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피해는 확산되고 있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은 것이다.
이미 핵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다만,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부(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자. 돌이킬 수 없는 미래를 바꿔놓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과 같은 일상의 노력부터 핵이 아닌 자연에너지로의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 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고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엇보다 우선 아이들에게 잘못된 상식을 주입하는 주범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해산하고 자연에너지재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자. 우리의 아이들이 슈퍼맨 대신 에너지 위기시대의 영웅 ‘원자맨’을 기억하게 되기 전에 말이다. (김세영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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