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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3. 신화의 “This Love” 


음악칼럼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This Love” 멋진 라이브 무대의 비밀 

최근이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가요계 최장수 아이돌 신화가 컴백하였다.

데뷔 15주년을 맞이하여 발표한 11번째 정규앨범 [The Classic] 중 “This Love”라는 타이틀곡으로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고, 멋진 라이브 역시 주목을 받았다. “This Love”는 한창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형식의 팝 음악이며, 간결한 사운드 및 전개와 명확한 콘셉트가 잘 맞아 떨어지는 곡이다.
 
신화는 그간 긴 시간 활동을 하면서 늘 안무에 대해 주목을 받아왔고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왔다. 특히 아직도 아이돌 가수들이 커버하는 “Wild Eyes”나 큰 무대에서 빛이 나는 “Brand New”가 그 중에서도 가장 빛을 발한 안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앨범 타이틀 곡 역시 마찬가지로 안무에 특별함을 더하여 그들의 안무 역사에 또 다른 기록을 썼다.
 
깔끔하고 트렌디한 곡만큼이나 이번 안무는 유난히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번에 선보인 춤은 ‘보그’라고 불리는 춤을 차용한 것이다. 보그를 설명할 때 대부분의 보도 자료들은 단순히 마돈나가 유행시킨 안무이며 여성 패션지의 하이패션 포즈들과 메이크업을 포함한 비주얼들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읽는 이들은 대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큰 맥락들을 가지고 있다.
 
마돈나가 차용한 ‘보그’라는 이름의 퍼포먼스
 
보그는 1980년대에 발생한, 뉴욕에 거주하는 흑인, 라틴 계열 LGBT(L:레즈비언 G:게이 B:바이섹슈얼 T:트랜스젠더)들을 통해 탄생한 춤이다.
 
당시 미국 내 LGBT 커뮤니티에는 그들만의 ‘볼룸 커뮤니티’가 존재하였는데, 이는 기존의 이성애 중심 파트너 형성 방식과 달리 LGBTAIQ[LGBT에  무성애자(Asexual), 인터섹슈얼(Intersexual,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사람), 퀘스쳐너(Questioner, 젠더에 상관없이 자기 성정체성을 규정하지 않은 사람)가 추가된 말] 그리고 드랙퀸과 드랙킹(Drag Queen, Drag King : 드랙퀸은 남성이 유희의 목적으로 과장되게 여성처럼 차리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성적지향과는 무관한 것이며, 여성이 되고 싶어서 여성복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트랜스젠더와 구별된다. 드랙킹은 남성복장을 하는 여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파트너를 이루어 춤을 추는 공간이었다.
 
그 가운데 뉴욕을 중심으로 한 볼룸 커뮤니티에서 ‘보그’라는 이름의 퍼포먼스가 탄생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여성 잡지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포즈를 이용한 이 춤은 게이들을 통해 발전되었고 이후 하나의 큰 유행이 되었다.
 
이후 보그는 미국 팝 가수 마돈나(Madonna)의 히트곡 “Vogue”와 함께 세상에 많이 알려졌으며 지금까지도 세련된 안무로 통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다.
 
마돈나가 보그를 세상 밖으로 알린 것에 대해서는 당시 논란이 분분하였다. 그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그들을 이용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으나 여러모로 마돈나의 행보나 성향을 생각하여 그 의미를 인정해주는 의견이 많다.
 
결과적으로 이 곡의 발표와 함께 1990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파리는 불타고 있다” (Paris is Burning)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을 받으며 보그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당시의 볼룸 커뮤니티와 보그를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의 지점들을 보여준다.
 
이후 보그는 그 안에서도 다양한 갈래를 형성하고 여전히 뉴욕 안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사랑 받고 있다. 최근 아질리아 뱅크스(Azealia Banks)라는 신예 여성 래퍼가 자신의 앨범 [1991]을 통해 이 춤과 문화를 보여줬다. 그녀는 콘셉트, 프로덕션, 가사 등 앨범 전체를 통해 보그를 선보인다. 이는 그녀가 바이섹슈얼이라고 커밍아웃을 한 지점과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예전에 이정현이 “Vouge it Girl”이라는 곡의 안무를 통해 시도한 적 있다.
 
작품을 둘러싼 '맥락'을 읽는 것이 중요해
 
멀리 돌아온 듯 하지만 다시 신화로 넘어가 보자. 결과적으로 신화가 어떤 부분을 의도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걸 보여줘서 괜히 감사하다. 가사도 영어가 조금 많기는 하지만 관계나 대상을 지칭하는 데, 이성애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열려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더욱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안무는 30대를 넘어선 신화에게 큰 장점이 있다. 보그를 선보임으로써 신화의 이번 안무는 전반적인 과격함이나 화려함보다는 세련됨과 센스로 어필할 수 있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그 콘셉트가 확실해졌다. 물론 이 안무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고민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신화는 이제 안무나 가창면에서 각 멤버가 국내 최고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뛰어난 동시에 그만큼 성숙해 있기 때문에 잘 맞는 시도였다고 본다.
 
특히 보그가 가진 여성성 넘치는 안무를 꽤 능숙하게 소화해줬다(패션 또한 잘 따라왔다). 물론 게이의 안무라고 해서 여성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맥락, 즉 볼룸 커뮤니티 내에서 이성애 커플의 공식을 깨는,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 사이에서 탄생한 안무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그라는 춤에는 ‘남성이 선보이는 여성성’이 더해진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알면 이 춤에서 왜 여성성이 부각되는지 알 수 있지만 자칫하면 게이와 여성성을 결부시켜버리는 함정과 같은 공식에 빠지기 쉽다.
 
더욱이 아직도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맥락의 설명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낀다. 예술 작품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있어 정보의 유무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가볍게 즐길 수도 있는 것이 예술과 문화이지만, 그 안의 맥락을 읽는 작업 역시 즐거운 일이다.  (블럭) 

        - 여성 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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