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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가난뱅이 ‘선배 백수’ 봄눈별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오글거리는 고백을 해볼까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
칼림바, 인디언 플룻을 연주하는 봄눈별과의 만남
▲ 부산 <생각다방 산책극장>에서 봄눈별을 초청한 강정후원 음악회
그를 알게 된 건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자발적인 가난뱅이 백수로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제목은, 그의 블로그(blog.naver.com/bbesisi/146775303)를 방문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이름은 ‘봄눈별’이라고 했고, 칼림바(아프리카 손가락 피아노)와 인디언 플룻(아메리카 원주민의 피리)을 연주하는 음악가였다.
마침 그 무렵(2012년의 이른 봄) 그가 제주도 강정마을을 후원하기 위해 음악회를 열 장소를 찾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부산의 재개발지역에서 친구와 함께 '생각다방 산책극장'이라는 장소를 열고 이런저런 재미난 일들을 꾸며보고 있던 터라, 곧바로 봄눈별을 초청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이 글을 쓰다가 봄눈별이 자신의 블로그에 생각다방을 만난 소감을 쓴 내용을 다시 읽어보았다. 결국 재개발되어버린 예전 ‘생각다방 산책극장’(지금은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의 모습이 거기에 남아있었다. (기록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구나! blog.naver.com/bbesisi/156923324)
이번 연재는 마감이 지났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가을바람 가을비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일까, 올해는 행복한 사건들이 잔뜩 나타나 주었는데도 내 마음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불안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찾아오기도 한다. 몇 주 전부터 정해둔 주제가 있었지만 문장을 쓰다 지우다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봄눈별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자주 만나는 건 아니지만 언제 만나도 한결같은 사람, 그리고 내가 노래여행을 시작하는데 큰 역할을 해준 중요한 인물!
꿈에서 단원고 친구들이 불러주었다는 그 노래
▲ 봄눈별은 어디를 가든 냉장고를 살펴 요리를 한다.
최근 대전의 공연에서 그를 만났다. 대전 ‘산호여인숙’(지난 기사 참조) 종족을 소개시켜 준 것도 바로 봄눈별이다. 그는 어디를 가든 그곳의 냉장고를 살핀다. 방치된 식재료들을 찾아내서 여러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채식주의자) 봄눈별의 요리를 (非채식주의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둘러앉아 함께 나누었다.
요즘 봄눈별은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곳에서만 공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늘 손수건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샴푸와 비누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늘 그를 만나면 나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내성천, 두물머리, 강정, 밀양…. 그의 관심은 당대의 핫한(?) 장소들에 있다. 하지만 폭력을 싫어하고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언제나 뒤에서 밥을 하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모금을 한다. 그는 최근에 세월호에 빠져있다.
이번에 함께 한 공연은 대전의 20대들로 구성되어 꾸준히 작은 공연들을 기획하는 ‘즐길거리’라는 팀이 준비했다. 타이틀은 “일상의 리듬.” 겉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이벤트라고 했다.
봄눈별은 꿈에서 떠나간 단원고 친구들이 노래로 불러 주었다는 내용의 글을 낭독했다. 그리고 나중에 나에게 곡을 붙여 주지 않겠냐고 했다. 꿈에서 들었다는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달라는 뜬금없는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 달 전 그가 엄마에게 보내는 마음이 담긴 “사랑하듯 사랑하듯”이라는 가사를 줘서 거기에 곡을 붙였다. 이 곡은 지금 준비중인 2집 앨범에 넣을 예정이지만,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나는 봄눈별을 좋아하지만,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부드러운 말투나 글은 어쩐지 불편하고, 바르고 곱디 고운 그의 생각은 어딘가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나는 냉소적이고 시니컬하고 방황과 갈등이 가득한 것을 더 현실적이라 여기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눈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건네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의 오글거리는 말투를 친구들과 함께 놀려대며 깔깔대지만, 어떤 순간에 그의 한마디에 눈물이 흐르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노래를 만들었다.
[단원고 친구들이 부모님께 부르는 노래] 봄눈별 작사, 이내 작곡
(제목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사실 사람들 앞에서 부른 적도 아직은 없다.)
엄마 많이 사랑해 아빠 많이 좋아해
자주 말 못했던 건 마음은 안 그런데
자꾸 말이 어긋나서 늘 곁에 있어줘서
그때 나는 정말로 무엇이 소중한지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아
엄마 많이 울지마 아빠 주저앉지마
만질 수는 없어도 항상 거기 옆에.
마음이 지지 않게 든든히 지켜줄께
삶의 끝자락에서 어쩔 수 없게 되면
노을이 깊어지면 자연스레 닿기로 해
엄마 손을 붙잡고 아빠 팔짱을 끼고
춤을 춰도 좋을 꺼야 부둥켜 안을 꺼야
기다린 시간만큼 떨어지지 않을 꺼야
그러니 그립거든 환히 한 번 웃어줘
그러면 그리워도 내 맘이 놓일 꺼야
나라면 절대로 쓸 수 없는 가사다. 어쩐지 부담스럽고 너무 동화 같다. 사실, 지난번 노래도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부르다 보니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음악가’ 정체성이 없던 나를 무대에 세운 사람
▲ 대전 산호여인숙에서 <사랑하듯 사랑하듯>을 부르는 이내
뿐만 아니라, 어느 날은 다섯 음계만 있는 토이 칼림바를 내 손에 쥐어주며 이걸로도 노래를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했다. 언제나처럼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어느 날 밤 뚱땅뚱당 거리다 보니 노래가 한 곡 나왔다. 세월호 사건의 날에 내가 쓴 일기로 만든 “예쁘다 노란 꽃”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도 2집 수록 예정이다.
실은, 나를 처음으로 낯선 무대에 세운 사람도 봄눈별이다. 그가 처음 ‘생각다방 산책극장’에 왔을 때 나는 혼자 노래 몇 곡을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만 부르고 있을 때였다. ‘음악가’라는 자각은 하나도 없었던 그때, 그는 내 노래가 ‘위로가 되는 노래’라며 덕소에 있는 한 커뮤니티 카페의 정기 공연에 추천해주었다. 그것은 나의 첫 원정 공연이 되었다.
그의 모든 아이디어를 다 수용하지는 않지만(할 수는 없지만), 봄눈별로부터 시작된 선택들이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그는 결코 생색내는 법이 없으니, 쓰다 보니 ‘봄눈별, 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냐!’ 점점 더 희한해진다.
[예쁘다 노란 꽃] 이내 작사 작곡 (유튜브 보기 http://youtu.be/G00Yge5Sr7Q)
예쁘다 노란 꽃 그 아래 초록 이파리
꽃잎이 봄비에 떨어지던 날
우리는 함께 바느질을 하고
너는 내게 보석 단추를 건네 주었네
예쁘다 노란 꽃 그 아래 초록 이파리
꽃잎이 봄비에 떨어지던 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살아줘서 고마워요 살아내줘 고마워요”
봄눈별은 음악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칼림바를 연주하고, 길을 걸을 때도 손에서 칼림바를 떼어 놓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음악에 대해 늘 고민하고 갈등한다. 최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학생들의 공연에 즉흥 음악을 담담하기도 했다. 뭔가 굉장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 나는 그의 음악이 낯설어서 불편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과 갈등이 계속해서 그의 음악을 성장시키는 것을 지켜보았고, 바르고 곱디 고운 그의 말투와 행동이 한결같다는 걸 경험한 이후 나는, 이제는 그의 음악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만나게 해준 글처럼 “자발적인 가난뱅이”로 행복하게 살아 ‘남아’ 주는 봄눈별 ‘선배 백수’의 삶이 고맙다.(라고 봄눈별의 오글거리는 스타일로 고백을 해본다.)
[사랑하듯 사랑하듯] 봄눈별 작사, 이내 작곡 (유튜브 보기 http://youtu.be/th9l9CFQkyM)
살아줘서 고마워요 살아내줘 고마워요
곁에 이렇게 머물 수 있으니
그저 이렇게 웃을 수 있으니
그리워서 고마워요 애틋해서 고마워요
곁에 이렇게 머물 수 있으니
그저 이렇게 웃을 수 있으니
아무것도 아닌 그대
아무 일도 없는 하루라 해도
살아줘서 고마워요 살아내줘 고마워요
사라지지 않아줘서 그리워서 애틋해서
고마워요 고마워요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번역기사 사이트> 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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