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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과 산 사람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장례식장에서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올해 들어 세 번째 지인의 아버지 부고 소식이다. 이번에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부친상이었는데, 우리 셋은 일러스트레이터 선생님의 제자로 조문하게 되었다. 대부분 장례에 참석할 때 그렇듯이 병고로 돌아가셨는지 사람들이 ‘호상’이라고 부르는 죽음이었는지 궁금했지만, 많은 조문객들로 인해 고인의 삶에 대해서나 죽음에 대해서나 어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매우 반듯해 보이는 영정 사진의 느낌과 썰렁하지 않았던 상주들의 자리를 보니, 짱짱한 기개 한 번 꺾이지 않고 사셨던 분이었을 것 같았다.

 

여하튼, 이제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전, 한동안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나를 비롯해 결혼 후의 삶과 싱글인 삶을 살고 있는 그녀들은 확실히 각자의 삶에 충실한 듯 보였다.

 

편집자이면서 한 음악인의 아내로 살아가는 그녀의 얼굴이 제일 밝고 좋아졌다며, 우린 연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재정 문제로 인해 아이를 낳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외국인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또 다른 그녀는 보기만 해도 ‘커리어우먼’답다. 그 누구보다도 엄마랑 죽이 잘 맞기 때문에 결혼할 생각은 없단다.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 제대로 된 독립을 해야 되지 않겠어?” 라고 말했지만, 사실 부러움에 찬 물음이었다. 어깨 너머로 바라보는 서로의 삶을 듣자니, 마치 카드를 하나씩 뒤집어 보면서 미래를 점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정답이 있을까? 살아가는 ‘의미’ 자체가 삶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일 텐데…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편집 일을 하는 그녀가 주말동안 마켓에서 팔 책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만든 사은품 노트를 우리 둘에게 하나씩 건네준다. 마치 ‘덤’으로 사는 삶처럼 행복하게, 열심히 살라고. ▣ 이두나 글 그림.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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