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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후 첫날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18) 둘레길을 걷다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18) 둘레길을 걷다

 

10여 년간 다닌 회사를 휴직한 후 첫 번째 날이다. 육아 휴직이었다면 좀 더 행복했을까? 여하튼 건강상 이유로 휴직을 신청한다는 게 속상했지만, 현재만 생각하기로 한다.

 

문경에서 남편은 카페의 이층 구조를 짜느라 바쁘고, 카페에 있던 그 많던 짐들을 혼자 집으로 옮겼다. 침대를 안방에 들여놓았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려준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잠이 안 오던 시골집 안방과, 살구나무와 돌배나무에서 꽃이 피었다는 마당을 그저 상상으로 그려보며 흐뭇해한다.

 

회사와 거리가 멀어 짜증이 났던 서울 인수동 엄마 집 가까이에 둘레길이 있어 오늘부터 걸어본다. 장애아동들의 소풍과 아주머니들의 담소가 벚꽃에 가려졌다가 나타났다가 한다. 갑자기 단출해진 나의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쌀알처럼 하나씩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동안 길에서, 옥상에서 그림 그리며 지내려고 하니 3개월의 휴직은 충분한 사유가 된다. ▣ 이두나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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