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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걸치지 않고 사막의 바람을 맞는 자유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흙빛 도시, 자이살메르


※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우리는 자매니까

 

시바 신의 결혼기념일 ‘시바라트리’ 축제가 열린 2월 27일 저녁에 바라나시에서 출발해, 3월 1일 아침에 도착한 자이살메르.(인도 라자스탄 주에 있는 도시로, 타르 사막 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이미 길호. 진숙 등의 일행이 머무는 가지네 게스트하우스에 갔다. 사막 사파리를 갔던 친구들이 돌아왔고, 나는 진숙과 함께 자이살멜 성에 올랐다.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였다.


▶ 자이살멜 성에 오르며 만난 두 악세사리 노점인. 어린 나이에 결혼해 여덟, 다섯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다.  ⓒ헤이유

 

성에 오를 때 만난 두 명의 악세사리 노점인들이 내 자매가 되었다. 스무 살 그녀는 다섯 명의 아이가 있다. 내 눈에는 나이가 마흔을 훌쩍 넘어 보이는 다른 여인은 서른 살. 여덟 명의 아이가 있었다.

 

인도는, 특히 라자스탄 지역은 아직도 조혼이 성행한다. 자이살메르는 더 심하다. 그녀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피곤과 가난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자기들에게 웃어주는 낯선 여행자에게는 순진한 웃음을 한가득 지어준다.

 

한명은 내게 발찌를, 한명은 반지를 주었다. 돈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자매니까.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는 둘 사이에 앉아 관광객들을 향해 호객을 했다. 셋이 앉아서, 아니 그들의 자녀들까지 왁자지껄 장사와 장난을 겸했다. 두 사람의 주름 가득한 손에 적은 돈을 얹어 주고 일어나려는데, 극구 받지 않는다. 그 돈으로 맛있는 거 먹고 건강히 여행을 하라고 얘기하는 두 친구에게 억지로 돈을 쥐어주고는 웃으며 인사하고 돌아섰다.

 

여행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가난한 배낭여행자”라는 말이 당연했다. 하지만 여행을 한다는 것은 가난하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노점상의 물건은 덤탱이 쓰기 싫어 깎고 또 깎으며 적은 돈으로 더 많은 나라를 더 오랜 시간 여행하는 것이 자랑인 여행자 중 한 명인 나에게, 두 친구의 주름진 웃음은 ‘진짜 가난한 이는 나’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이살멜 성곽을 돌 때 만난 한 여인은 인도여성을 위한-특히 조혼 피해여성들을 위한 성금을 모집하기 위해 그림을 팔고 있었다.

 

이 흙빛 도시가 참 맘에 들었다.

 

▶ 성곽에 올라 내려다본 흙빛 도시 자이살메르는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헤이유

 

석양이 지는 사막에서 누드 사진을…

 

다음날 사막 사파리를 갔다.

 

사막에서 보낸 하루 밤과 낙타를 탄 일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풀도 많고, 우리가 떠올리는 아주 거대한 샌드는 없다. 하늘에 별도 그다지 많진 않다. 별이라면 오히려 라오스의 밤하늘이나 필리핀의 보홀이 환상이었지.

 

그럼에도 그 밤은 내게 특별했다. 토모코와 벤 덕분이다. 토모코는 일본인으로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다. 낙타를 타는 그 시간,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뭔가 통하는 사람들처럼 감정을 교류할 수 있었다. 그녀가 내게, 어제 썬셋 타임(일몰)에 옷을 다 벗고 팬티만 입고서 사진을 찍었노라며 자신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오늘 또 할 건데 같이 해보겠냐고 제안했다.

 

남들 앞에서 옷도 안 갈아입는 내가! 순간 갈등이 생겼지만, 뭐 어때? 이곳은 여행지이고 볼 사람도 없는데… 여긴 여행지잖아, 이런 기회가 내 인생에 언제 또 오겠어.

 

벤과 토모코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내 사진은 토모코가 찍어주었다. 그 느낌. 그날 석양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며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사막 한가운데 서있었던 그 자유. 그것이 내 여행의 길이 아니었을까?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이 입고 산 건 맞아.

 

▶ 사막의 낙타 사파리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여행친구들은 내게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줬다. ⓒ헤이유

 

저녁 식사를 하고 어두워진 사막에서 별을 바라보고 사람들이 수다에 빠져있을 때, 벤과 토모코와 나는 (내 제안으로)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따라 갔다. 그곳엔 인도의 부자들이 사막에서 악단의 음악을 들으면 연회 중이었는데, 우리를 껴주지 않았다.

 

나는 바로 옆에서 춤을 추었다. 음악은 대기에 흐르고, 모래는 그들의 것이 아니니, 의자에 앉지 않고 춤을 추는 것은 우리의 자유니까. 토모코와 벤도 함께 춤춘다. 뱅글뱅글 웃고 까불고 휘청거리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우리의 발자국을 따라 되돌아갔다. 그 날의 특별한 기억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벤과 토모코를 또 보게 되길 바란다. 토모코는 스쿠버 다이버다. 우리는 이집트에서 만나 함께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다음에는 토모코와 함께 신나게 바다를 누비고 싶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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