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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밖에 나가는 건 미친 짓이다?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우다이푸르, 일상의 평온함


※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카메라 멘 간호사, 마크의 전망좋은 방

 

음악을 크게 들으며, 우다이푸르(Udaipur, 인도 라자스탄주 남부에 있는 도시)에서 가장 편한 장소에 쳐들어와(정말 쳐들어왔다. 다들 자는 시간이니깐) 좁은 골목 밖 마룻바닥에 앉아 마을 사람들과 눈인사 하는 일이 참 좋다.

 

종일 마크랑 같이 다니는 중이다. 마크는 필리핀 출신의 미국인으로, 간호사다. 키는 나보다 작은데 가오 하나만은 끝내준다. 폼생폼사. 카메라를 메고 다닌다.

 

친구들이 다 떠나고, 새로 온 캐나다 친구들이 같이 댄싱플로워에 가겠냐고 물었다. 사실 마크와 먼저 작은 호수에 가겠다고 미리 약속을 했기 때문에 거절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주 잘했다!

 

하루 종일 영어로 말한 것도 좋았지만(마크는 확실히 기분 안 나쁘게 내 콩글리쉬를 수정해줘서 공부시켜주는 타입이다), 호수에 가서 같이 먹은 로컬 콜드 커피(아이스크림이 들었음) 너무 맛있었고, 소니네 가서 헤나(henna) 염색을 한 것도 좋았는데, 지금이 제일 보람되다.

 

▶ 마크의 게스트하우스 전망. 인도의 부유한 계층 사람들의 삶이 엿보인다.  ⓒ헤이유

 

자기 게스트하우스에 카메라를 두고 왔다고 해서 같이 와 봤더니 환상이다. 1500루피(3만 원) 전망 죽이는 방에서 며칠을 지내고 있었다니! 뭘 3만원 가지고 그러냐고? 나는 하루 230루피(4천6백 원)에 조식 포함에서 지내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내 방이 더 좋다. 진짜다.)

 

그런데 이곳은 전망이 진짜 죽인다. 더 놀라운 것은 인디아 빅 패밀리들의 고급스러움이다. 이렇게 하나 더 배운다. 어느 나라건 가난한 로컬이나 투어리스트의 삶만이 아니라 부자들의 삶도 알아봐야겠다. 그래야 제대로 아는 것이지~ 아무튼 마크 덕에 신세계 인디아를 보았으니 이 또한 해피하다. 매일이 스페셜하구나!

 

종일 혼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갓트(강변)에 나갔다. 작은 호수의 갓트는 바라나시의 것과 같지는 않지만,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작은 은신처(신전 앞 나물 그늘)에 앉아 시간을 죽인다.

 

그리고 또 간단한 로컬 식사를 사들고 같은 자리에 앉았다가, 마크를 다시 만났다. 그와 함께 저녁도 먹고, 일곱 시에 시작하는 댄싱 쇼도 보았다. 마크는 오늘 저녁에 아그라로 가는 참이다. 이제 동행자 간의 헤어짐은 내게 큰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허세남 마크가 그리울 것이다.

 

▶ 우다이푸르에서 본 공연.   ⓒ헤이유

 

한밤중에 밖에 나가다니 미친 짓이다?

 

마크와 헤어지고 숙소에 들어왔다. 동행이 떠나면 이상하게 또 다른 동행이 생기곤 하는데, 이번엔 마리아다. 마리아는 칠레 친구로 세계 여행 중이란다. 집도, 회사도 다 정리하고 일년 정도 여행기간을 예상하고 나왔다. 그런 상황이 나와 비슷해서 우린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꼭 또 만나자고 약속~ 우선 내일 썬쎗(sunset) 포인트에 함께 가기로 했다.

 

그리고 밤 아홉시 반쯤에 혼자 다시 갓트에 나갔다.

 

그곳에서 열일곱 살의 브루를 만났다. 브루는 파이터인데, 라자스탄 챔피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쩐지 슬퍼보였다. 집이 가난하다고, 학생이지만 대학은 못 간다고 했다.

 

‘당신의 삶을 사랑하냐’고, 그 친구가 물었다.

‘때때로 문제가 없냐’고도 물었다.

 

왠지 세상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한 그의 질문에 나는 거짓말을 말하고 싶진 않았다.

 

돈도, 직업도, 부모님도 없지만.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실 옛날엔 슬펐는데, 지금은 행복하다고.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그렇게 나도 내 마음을 확인하듯 찬찬히 말하고 있었다. 우린 더듬더듬 어떤 아저씨가 끼어들기 전까지 한참 대화했다.

 

브루가 악수를 청했다(사실 인도남자가 여자에게 청하는 악수는 성적 뉘앙스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처음 보자마자 청하는 사람의 악수는 거절하지만, 대화를 나누었거나 친한 사람들과의 악수는 대부분 거절하지 않는다). 굿나잇 인사와 동시에 악수에 응하자, 내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에 대는 것이었다. 그 정중함에 깜짝 놀랐다. 손 키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 사람들이 예의를 갖춰 경건함을 표시하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울컥한 기분이었다.

 

혼자서 한밤중에 밖에 나가다니 미친 짓이다. 브루가 내게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르고, 사실은 나쁜 아이라서 해코지 할 확률도 있다. 그럼에도 이 밤의 브루와의 만남은 참 따뜻한 경험이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작은 호수의 갓트에서   ⓒ헤이유

 

우다이푸르에서 찾아 낸 최고의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오쯤 나와서 음악을 들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짤막한 만남도 즐기고… 어제 잠깐 만난 옆집 사는 총각 제이의 초대로, 그의 집에 가 보았다. 어제만 해도 사람 조심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밥도 얻어먹고 같이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한 시간 동안 놀다 지금 막 나왔다. 제이의 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의 바로 옆이다. 부럽다. 호수 앞 집이라니~

 

때때로 이런 소중한 경험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땐 솔직히 나는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 내키는 대로만 했다가는 문제가 생길 지도 모르지 않은가?

 

오늘만 해도 갓트에 있다가 어떤 현지인의 초대로, 아무도 없는 레스토랑 옥상에서 짜이를 얻어먹었다. 이 사실을 알면 우리 언니는 얼마나 걱정을 할 것이며, 친구들은 또 얼마나 화를 낼까? 그런데 나는 지금껏 수십 잔의 짜이를 얻어먹었다. 이것이 단지 행운이라는 것을 안다. 재수 없으면 단 한잔의 짜이에 이상한 게 들어가 있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조심 또 조심해야지. 그리고 한편으론 이 행운이 제발 지속되기를…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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