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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영화 <꿈의 제인> _케이

 

▶ 조현훈 연출, 이민지 구교환 주연 영화 <꿈의 제인>(2016)


“저는 뉴월드에도 가 봤어요. 거기라면 누구라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 날 데려가주지 않을까, 기대했거든요.”

 

함께 지내던 오빠 정호가 홀연히 사라진 뒤 소현(이민지)은 고립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소현의 피로 모텔 욕조가 물들어갈 때, 제인(구교환)이 뉴월드 모텔의 문을 두드린다. 제인은 소현의 상처를 치료해준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소현은 트랜스젠더 여성인 제인이 “엄마”로 있는 가출팸에 합류해 지수(이주영), 대포(박강섭), 쫑구(김영우)와 함께 지내며 안정감을 찾아간다. 제인은 거리에서 주운 물건에 유달리 애착을 품듯 우연히 만난 존재들에게 마음을 내준다.

 

불안하게 깜박이는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동시에 위태로운 존재들. 그들은 결핍을 통해 만나고, 서로가 죽지 않도록 지켜봐준다. 하지만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이라던 제인은 계속되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다.

 

제인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병욱(이석형)이 이끄는 두 번째 팸에도 함께한다. 안정적인 팸을 만들고 싶었다는 병욱은 자신의 이상과는 반대로 구성원들을 의심하고 착취한다. 그는 상처를 제대로 끌어안을 줄 모르며 그 안에서 권력을 나누고, 폭력적인 상황을 빚어낸다. 구성원들 사이에 대화다운 대화는 없다. 병욱팸에 적응하지 못하던 소현은 새로 들어온 언니뻘 지수에게 기대지만, 지수는 제인과 같은 선택을 한다.

 

“꿈같은 시간은 지나가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들려줄 사람도 없던 때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현의 내레이션이 반복된다.

 

▶ 영화 <꿈의 제인> 중에서

 

제인의 팸과 병욱의 팸 사이에서 영화의 서사는 흐트러진다. 관객은 제인이 등장했던 첫 번째 이야기를 과거로, 병욱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를 현재로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두 번째 단락에서 지수와 소현이 초면으로 만나는 설정을 근거로 관객의 짐작은 깨진다. 영화의 첫 번째 단락을 미래로, 두 번째 단락을 현재로 두면 다시 얼개가 맞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지수의 죽음이 시간 흐름을 다시 깨뜨리고 만다.

 

<꿈의 제인>(조현훈 연출, 2016)은 소현의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삶의 절망과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시간의 인과성과 논리적 개연성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제목처럼, 꿈이다.

 

잔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견고하게 유지되는 소수자들의 공동체는 꿈일까, 현실일까. 따뜻하게 품어주는 제인의 존재는 꿈일까, 현실일까. 소현이 지수와의 관계에서 얻었던 감정들이 제인이라는 존재로 형상화된 것은 아닐까. 병욱팸에서의 폭력 경험들이 소현에게 그와는 반대에 서 있는 제인팸을 꿈꾸게 한 것은 아닐까. <꿈의 제인>은 곱씹을수록 많은 질문을 남긴다.

 

▶ 잔혹한 현실과 아름다운 환상의 틈에서 부르는 꿈의 노래, 영화 <꿈의 제인>

 

불안했던 존재들은 제인의 집에 뿌리를 내리고 안정감을 찾는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쟁이”였다는 제인은 팸의 구성원들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진실로 존재한다. 타인과 함께 지내는 법을 모른다던 소현은 모두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낸다. <꿈의 제인>은 인물들의 소소한 감각들에 집중하며, 서로를 소외시키지 않는 공동체 속 “찰나의 행복”을 쌓아 나간다.

 

<꿈의 제인>은 잔혹한 현실과 아름다운 환상 사이 틈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은 ‘꿈’이다.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 살”다보면 행복의 도래를 목도하게 되지 않을까.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넘어 평등의 깃발이 나부끼는 무지개빛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소현이 ‘뉴월드’를 기억하며 제인을 꿈꾸었듯,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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