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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통해 ‘가치관을 전복시킬 때’의 기쁨
도쿄도 사진미술관 수석큐레이터 가사하라 미치코
도쿄도 사진미술관(Tokyo Metropolitan Museum Of Photography)의 수석큐레이터 가사하라 미치코 씨.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회를 기획하고 관리 감독하는 전문직이다. 가사하라 씨는 2005년 세계적인 미술전인 베니스비엔날레의 일본관 커미셔너로, <이시우치 미야코-마더즈>전을 개최하며 이름이 알려졌다. 이듬해 도쿄도 사진미술관에서도 같은 전시를 개최했다.
남성중심의 사회, 젠더 관점의 전시가 필요해
▶ 도쿄도 사진미술관 수석큐레이터 가사하라 미치코(1957년 나가노현 출생)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어머니의 유품과 몸을 찍은 사진작가 이시우치 미야코의 작품은 어머니를 한 명의 여성으로 다시 바라보고, 전후 일본의 여성에 대한 다양한 인식의 변화를 표현했다. 당시 이 전시는 ‘혁신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 해 베니스비엔날레는 처음으로 여성을 종합디렉터로 선임했고, 여성 작가들과 여성 큐레이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여성이 특별히 강조된다는 것은, 미술계가 남성중심주의라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가사하라 씨는 말한다.
가사하라 미치코 씨가 처음으로 기획한 전시회는 1991년, 젠더 규범을 재고하고 여성예술가의 파워풀한 작품을 모은 <‘나’라는 미래를 향해-현대여성 셀프포트레이트>. 젠더 관점에 기반한 전시는 나 자신의 문제이자, 남성중심의 억압적 사회를 재인식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 가사하라 씨의 라이프워크가 되었다.
1998년에는 기존에 남성의 성적 욕망을 반영해온 누드사진과는 다른, 여성작가에 의해 새로운 신체 표상을 시도한 <러브즈 바디-누드사진의 근현대>전을 개최했다.
“여성들에게는 평가가 좋았지만, 중년남성이 기대에 어긋난다며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쾌재를 불렀어요. 찬반양론이 나오는,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하는 문제 제기를 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기뻐요. 일본에서는 사진을 포함한 미술은 사회와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전시는 사회를 비평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포토저널리즘…사회 문제를 표현하는 사진의 매력
가사하라 미치코 씨가 사진을 전공한 것은 미국 유학시절이다. 일본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업인 약국을 잇기 위해 약대에 입학했었다. 그러나 “맞지 않다”고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1년간 재수를 해서 다른 대학의 사회학부에 다시 입학했다.
“동기들보다 3년 늦게 입학한 여자에게 취업은 어려운 시대였어요. 졸업하고 남는 선택은 ‘대학원이냐 유학이냐’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미국의 시라큐스대학 사회학부에 입학.
“처음엔 영어 때문에 고생했는데… 포토저널리즘 강의에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고는 관심이 생겨 사진으로 넘어간 거예요.(웃음)”
곧 표현매체로서의 가능성과 사회 주변부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사진에 빠졌다. 일리노이대학, 시카고 컬럼비아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1989년에 도쿄도 사진미술관 개설 준비실(1990년에 1차 개관)에 학예원으로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사진미술관과 역사를 함께 했다. (중간에 3년 9개월간 도쿄도 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한 것을 빼면.)
사진에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직접 찍지는 않는다. “저에게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과 전시를 만드는 것은 거의 동일한 일입니다. 사진 찍는 데는 재능이 없고, 다른 사람 사진에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정도가 저에게는 맞습니다.(웃음)”
전시회는 약 3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수석큐레이터는 거의 모든 전시회를 감수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획은 고작해야 3년에 한차례 정도 기회가 난다고. 인터뷰를 위해 가사하라 씨와 만났을 때는 5월에 개최할 <다야니타 신-인도의 큰 집 미술관>전 준비로 분투중이었다. 다야니타 신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사진가로, 그녀의 시적이고 아름다운 작품 속에는 빈부의 격차나 젠더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상상력을 키우는 장, 미술관
▶ 도쿄도 사진미술관이 발행하는 잡지 “eyes”(아이즈) 2017년 3월 호 표지 ⓒtopmuseum.jp
작가와 감상자를 연결하는 큐레이터. 작품 선택은 어떻게 할까?
“좋고 싫음으로 정하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의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요. 전문가인 저희들은 사진의 완성도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죠. 그렇게 어느 정도로 범위가 좁혀지면, 큐레이터의 사고나 철학, 기획의 방향성을 반영해 정하게 되죠.”
사진은 보는 사람의 성별, 국적, 환경 등으로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감상에는 작가와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 등의 리터러시(literasy, 기록물의 해석능력)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의식 수준이 높아져도, 섹슈얼리티에 의한 차별이나 편견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종교나 민족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와 빈부격차 등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고요. 그런 현실 속에서 미술관이 다양한 가치관과 표현을 접하고 타자에 대한 공감과 상상력을 키우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가사하라 미치코 씨의 일상은 어떠할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물으니, 주1회 침술과 피트니스센터를 통해서라고 말한다. 체력이 좋지 않아 야근은 하지 않는다. 요즘 빠져 있는 것은 요리! “옛날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요.” 외식보다도 돈이 더 많이 든다는 게 함정.
사실 그녀는 일본의 문화적 빈곤에 분노하고 있다. 사진 전문 미술관이 있는 것도 후진성의 표출이라고 말한다. “일반 미술관에 사진이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사하라 미치코 씨는 ‘현실에 한 발을 담근’ 사진은 친근해지기 쉽지만,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복합적이고 성숙한 매체라고 정의한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가시와라 토키코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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