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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차별…다문화 아이들이 짊어진 무거운 짐
‘홀씨교실’을 운영하는 오모토 아사미 씨에게 듣다
‘일본에 살면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건 폭력적인 말
어느 토요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열리는 ‘홀씨교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아시아, 남미 등 다문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선생님도 다문화 청년이거나 자원활동을 하는 일본인 청년들이다. 이곳에서는 가르치는 방식을 선생님에게 일임하고 있다. “뭐든 가능해요”라며 미소를 띠고 지켜보고 있는 이는 이 교실을 연 오모토 아사미 씨.
▶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홀씨교실’을 운영하는 오모토 아사미 씨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차이나타운이 가까워서 중국인 어린이가 많고, 유흥가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불러온 아이들도 늘고 있어요. 국제학교는 학비가 비싸니 공립학교에 가게 되는데, 거기에서는 일본어 수업을 쫓아가지 못하죠. 일본에서 살고 있으면 일본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폭력적인 이야기예요. 인수분해 같은 거, 설명을 들은들 다문화 어린이들이 못 알아듣는 건 당연하죠.”
공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학원에 다닐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없다. 아이들은 단지 일본어를 모를 뿐인데, ‘난 안 돼’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학교에 가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범죄 조직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아요”.
“언어 문제가 크죠. 집에서도 부모님은 모국어, 아이들은 일본어로 말하니 대화하기 어렵거나, 한창 일하는 싱글맘도 많아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요. 언어 발달이 미숙하면 화가 나도 왜 화가 났는지, 어떻게 화를 풀 수 있는지 생각하지 못해요. 하나의 언어-가급적 모국어가 좋다고 생각하지만-를 습득해서 자신의 감정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아이들이 짊어진 짐의 무게. 엄마가 다른 아시아인이고 아빠가 일본인인 경우, 아빠가 엄마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엄마를 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자신을 책망하기도 한다.
“사실 이들이 이주한 배경은 일본이 외국인노동자를 필요로 했기 때문인데도,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있지 않은 데 있죠. 노동하러 이주해 온 사람에게도 아이는 있는데 말이죠.”
열등감에 시달리고, 자살하고, 폭력배가 된 아이들
‘홀씨교실’을 운영하는 오모토 아사미 씨의 개인사에도 어릴 적 학교에서 겪은 아픔이 있었다.
“어릴 적에 저는 냄새가 나면 뚜껑을 열고 보는 아이였어요. (웃음) 물어봐선 안 되는 것도 무작정 물어보는.”
부모님의 전근이 잦았서 학교를 옮겨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전학 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보고 얼마나 힘들까 싶었죠.” 전학을 다니지 않으려고 중학생 때부터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게 된 경험도 소속감을 주었다.
“안도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멀리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봐주고 있다는 것, 나를 이해해준다는 것. 그곳에서는 자유로웠어요.”
대학 시절에는 베트남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프랑스로 유학 가 젊은 난민들과 이민자들을 만났다. 귀국해서는 가톨릭신문의 기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계 브라질인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학교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처절한 괴롭힘과 차별을 받았던 청년. 그는 폭주족이 되고, 폭력단에 가담하고, 다치면서 붙잡혔다. 지금은 인권활동가로 살아가는 그의 한 마디-“제대로 된 학교가 있었다면, 자신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를 듣고, 외국인 차별 문제를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고 느꼈다.
▶ 오모토 아사미 씨는 ‘다문화 아이들이 빛나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2015년 2월,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중학생 살해 사건(필리핀 엄마를 둔 17세 소년을 포함한 소년 세 명이 중학교 1학년생을 살해함)이 일어났다. 가해자의 엄마인 필리핀 여성은 오모토 씨의 친구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외국인이었다. 2010년, 군마현 기류시에서는 학교 친구가 필리핀인 엄마를 놀리자 초등학교 6학년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가와사키 사건 때는 교회의 엄마들도 울고불고했어요. 귀한 아이들이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전, 꼭 이 아이들이 머무를 곳을 겸해 공부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문화 아이들이 빛나는 ‘다언어 유니버셜 스쿨’의 꿈
오토모 씨에게는 명랑하게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자기 또래 청년 자원활동가들에게는 자신이 겪고 있는 괴롭힘이나, 학업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학습 지도는 청년들에게 맡기고, 오토모 씨는 아이들에게 맞는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곳의 리더 격인 한 여자 대학생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 필리핀인 부모의 초청으로 일본에 온 다문화 학생이다. 일본어를 익히기 어려워 고생하면서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특기인 영어를 살려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다. 그녀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힘이 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음악이나 춤이 특기인 아이, 명랑함, 씩씩함. 아이들은 정말로 많은 것을 갖고 있어요. 그걸 살려주고 싶어요.”
오모토 씨의 목표는 다언어로 배울 수 있는 수업료 무료의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다문화 어린이, 장애가 있는 어린이, 누구든 함께 배울 수 있는 유니버설 스쿨을 만들고 싶다고. 모델은 미국 전역에 있는 저소득 이민 어린이를 위한 학교인 ‘크리스토 레이 스쿨’(Cristo Rey Schools)이다.
“일본에 온 아이들은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으니 이를 악물고 노력하고 있어요. 종종 다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이제 ‘그만둔다’는 선택지를 없앴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한 씨앗을 품고 날아가는 다양한 홀씨들. 오토모 씨가 바람을 불어주는 사람처럼 보인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무로타 모토미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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