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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에서 지적장애인은 부당한 처분을 받는다
츠지카와 타마노 변호사 ‘누범 장애인의 재범 막으려면…’
범죄를 되풀이하며 인생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2006년에 <누범장애인>(야마모토 조지 지음)이라는 책이 출판되어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누범장애인이란, 범죄를 되풀이하며 사회와 교도소를 오가는 지적장애인을 일컫는다.
현재, 필자의 가까운 지인도 그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고용했던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체포, 구류된 것이다. 지인으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고서 바로 머리에 떠오른 사람이 예전에 취재하면서 만난 적이 있는 츠지카와 타마노 변호사다.
▶ 형사 사건에 연루된 지적장애인들의 변호를 맡아온 츠지카와 타마노 변호사. ⓒ촬영: 이노우에 요코
피의자, 피해자 중에 지적장애인이 왜 이렇게 많지?
국선변호사로서 많은 경험이 있는 츠지카와 씨(1958년 오사카 출생)가 변호사가 된 것은 1990년의 일이다. 당시는 누범장애인의 존재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했던 시기였다. 국선변호사로 형사 사건의 피의자, 피고인들과 만나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지적장애로 보이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나 많은 거지? 의아했어요.”
이들의 성장 과정부터 꼼꼼하게 풀어가다 보니, 눈에 들어온 공통점이 있었다. 장애인임에도 주위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착취를 당하거나 학대를 당해왔던 것이다.
“고용주에 의해 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금을 노린 고용주에게) 살해당할 뻔한 사람도 있었어요. ‘아는 조폭 두목이 오사카 바다에 빠트려 죽인 사람이 여럿 있다’는 협박을 진짜로 믿고 큰돈을 건넨 사람도 있었죠.”
물론 이런 일들에는 ‘지적장애’가 연관되어 있었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느 부분이 왜 이해되지 않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무작정 따르는 경향도 있다. 악의를 가진 사람들은 지적장애인들의 그런 특성을 이용한다.
그 결과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츠지카와 변호사는 알게 되었다. 그 후에도 지적장애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서 진술을 신뢰받지 못하는 등 이들이 처한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잘못이 없음에도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죄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도 하지 못하며, 진술을 신뢰받지 못하는 지적장애인들은 법원에서 부당한 판결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츠지카와 나마노 변호사는 말한다.
“지적장애인 중에 거짓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는 증언
츠지카와 타마노씨가 변호사가 된 지 11년 차였던 2001년, 한 장애인단체의 요청으로 미국연수에 동행했다. 방문했던 지역에서는 행정을 포함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일본에 비해 많았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적장애인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경찰관까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여성경찰관은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진실만을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운데 거짓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 발상이 너무나 신선했습니다. 일본의 경찰관은 ‘피의자는 전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츠지카와 변호사는 그 말을 듣고서, 지금까지 국선변호를 하며 만났던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귀국 후, 형사사법 절차에서 지적장애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 ‘P&A오사카’(Protection&Advocacy Osaka)를 설립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특성과 의사소통법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만들어 편의점, 경찰서, 철도회사 등을 통해 배포했다.
또, 형사변호 매뉴얼을 만들어 지적장애의 특성을 이해하는 변호사들을 육성하는 일에도 힘을 쏟았다. 츠지카와 씨는 일본변호사연합회 ‘죄에 몰린 장애인의 형사변호에 관한 연락협의회’ 프로젝트팀 좌장을 맡고 있으며, <대기자 행렬은 없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친절한 법률상담소>(S플래닝)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이제 누범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져, 현재는 각지에서 교도소 출소 후 지원방법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츠지카와 씨를 중심으로 조기에 제도를 마련해온 지역인 오사카에서는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 ‘입소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사 모임이나 지역생활정착 지원센터와 연계하여 필요한 복지 지원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지정장애와 관련된 지식을 연수받은 변호사도 사법적 측면에 힘을 보탠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갱생지원 계획이 판결에 참고가 되거나, 교도소로 인수인계되는 흐름도 생겼다. 이러한 사법과 복지의 연계는 ‘오사카 모델’로 시스템화 되었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선구적인 제도이다.
누범장애인 재범을 예방하는 지름길은 ‘복지’다
애초에 츠지카와 타마노 씨가 변호사가 된 것은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츠지카와 씨는 남녀고용기회균등법(한국의 남녀고용평등법에 해당)도 없던 시절에 대학을 졸업했다. 4년제 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여성을 고용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공무원이 되긴 했지만, 여성에겐 평생직장이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계속 일하려면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고 일에만 전념하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하면서 27살에 퇴사했고, 28살에 결혼했으며, 29살에 첫 아이를 낳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가 된 해에 둘째가 생기고, 그 2년 후에 셋째가 생겼으니, 변호사 초반에는 계속 배가 불러 있었다”고 말하며 웃는다. 부드러운 미소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강한 의지와 신념을 말끝에서 느낄 수 있다.
누범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지원이 확산되는 가운데, 2016년 12월에 재범방지추진법이 성립됐다. 이 법은 글자 그대로 재범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츠지카와 씨는 “갱생 지원이 있어야만 재범을 막을 수 있다. 재범방지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못 박는다. “전체적으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흐름을 전국으로 퍼뜨리고 싶다”고.
“장애가 있으니 죄를 가볍게 다뤄야 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닙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거나, 엄벌에 처해지거나, 누범이 되는 것을 막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도 그녀의 활동의 원점에 있는 것은 앞서 소개한 미국 여성경찰관의 말이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샤노 요코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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