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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성행위를 당해도 성폭력 피해가 아니라니…

폭행·협박 없어도 ‘유죄’, 시민들이 성폭력 규정 개정안 발표



일본에서는 2017년에 형법의 성범죄 규정이 개정되었지만, 2019년 3월 상대방의 뜻에 반하는 성행위를 강요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네 차례 연속 이어지며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그리고 성범죄의 피해실태에 맞게 형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올해는 형법 개정 부칙에 따라 재고를 검토하는 해. 작년 11월, 형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Spring’ 등 12개 단체로 이루어진 ‘형법 개정 시민 프로젝트’가 성범죄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형법 성범죄 규정은 무엇일까? 일본과 유사한 형법을 가진 한국 사회에도 참조가 되길 바라며 그 내용을 상세히 살펴본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2019년 3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연속 무죄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된 ‘플라워 집회’.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올해 2월 11일에 열린 집회에는 39개 도도부현에서 약 1,700명이 참가했다. 사진은 작년 12월 11일 도쿄에서 열린 플라워 집회.


강간죄 판단은 ‘동의’ 여부로, 일본서도 여론 높다


일본 내각부의 ‘남녀 간의 폭력에 관한 조사’(2017년)에 따르면, 여성의 7.8%(13명 중 1명)와 남성의 1.5%(67명 중 1명)가 원치 않는 성교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찰청의 강제성교 등 범죄 인지 건수는 2018년에 겨우 1,307건. 거기에 검찰 기소율은 2017년에 겨우 32.7%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협박’ 요건 등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한 기준이 높아서 신고된 성범죄 사건에서 무려 70%가 가해자에게 죄를 묻지 않는 것이다.


작년 11월 ‘형법 개정 시민프로젝트’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인권NGO ‘휴먼라이츠 나우’ 사무국장 이토 카즈코 변호사는 이렇게 호소했다.


“일본에서는 억지로 성행위를 당한 것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스웨덴에서는 분명한 합의가 없으면 유죄라고 형법이 개정되었고, 영국, 캐나다, 독일에서는 NO라고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성교를 하면 유죄가 된다. 일본처럼 폭행·협박 요건이 있더라도 이를 느슨하게 해석하는 국가도 있다. 일본에서도 피해실태에 맞는 또 한 번의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


술, 약물 등을 이용한 성범죄 처벌 근거 마련


이토 카즈코 변호사는 형법 성범죄 규정 개정안을 설명했다.


우선 현행 형법에서 ‘강제성교 등 죄’는 ‘비동의 성교 등 죄’로 개정을 요구한다. 이는 일본의 형법이 처음에 샘플로 삼았던 독일 형법을 참고로 하는 것이며, ‘폭행·협박’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고 대신 ‘상대의 인식 가능한 의사에 반하여’를 요건으로 한다. ‘인식 가능한 의사’란 “싫어” “하지 마”라고 말했다, 도망쳤다, 눈물을 흘렸다 등 명시·묵시적으로 표명된 비동의를 뜻한다.


이에 대해서 “억울한 죄인이 늘어날 것이다”는 등의 비판 여론도 있지만, 피해자의 비동의가 표명된 경우에만 형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러한 의견은 적절치 않다.


또한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성교의 경우에는 ‘가중범’으로 처리하기 위해 ‘비동의 성교 등 죄’의 처벌은 기존 ‘강제성교 등 죄’의 5년 이하에서 3년 이하로 내렸다. ‘폭행·협박’이 있을 경우는 ‘가중 비동의 성교 등의 죄’로 다루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개정 시민 프로젝트’가 제시한 형법 개정안에서는 술에 취해 있는 상황을 이용해 성교를 한 경우도 피해자가 ‘동의 불능’ 상태였던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도록 했다. 사진은 2016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 캠페인 #그건_강간입니다


현행 형법에서 ‘준강제성교 등 죄’는 ‘동의 불능 등 성교 등 죄’로 변경한다. ‘준강제성교 등 죄’에서 열거하고 있는 ‘항거불능’(항거 불가능한 경우) 요건이 대법원의 판결에서조차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여 구체적으로 항목을 열거하고 있다.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취약한 상태인 경우뿐 아니라, 잠들어 있었거나 술에 취해 있었을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의 입증 책임은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것으로 한다.


또 형법 감호자에 관한 규정 안에 ‘지위 관계 이용 성적 접촉 죄’와 ‘지위 관계 이용 성교 등 죄’를 신설한다. 현 ‘감호자 성교 등 죄’에서는 18세 이상의 피해자인 경우와 친족, 후견인, 교사, 코치나 지도자, 고용자, 상사, 시설직원 등 권력 관계에 있는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성교 동의 연령(해당 연령의 아동·청소년은 동의하에 성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비동의로 간주)은 여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낮은 현재의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올렸다.(16세 미만 간에 이루어진 경우는 제외) 성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국가에서 연상의 상대와 성행위를 합의할 수 있는 연령으로 13세 미만 기준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한편, ‘Spring’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형법 개정 시민 프로젝트’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플라워 집회에 나와서, 형법 성범죄 규정 재개정 심의를 조기 실시하고 그 과정에 피해당사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가시와라 도키코, 시미즈 사츠키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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