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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가깝게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사귀고 있는 남자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 남자는 그녀에게 너무나 상냥하고 모든 것을 그녀 중심으로 배려하지만, 결혼 후에도 그렇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할지 의심스럽고, 막상 결혼하고 나서 닥칠 수도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가능하다면 동거를 해보고 결혼을 하면 좋겠다는 대답을 해 주었지만, 그녀도 그녀의 남자친구도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여기는 듯 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혼전 동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일생을 함께 살 파트너를 구하는데, 살아보지도 않고 구한단 말인가?

유학시절 프랑스에서 접하게 된 동거문화

나는 전 남편과 동거를 해보고 결혼을 했었더라면 아마 그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 사람과의 관계가 동거에서 정리가 되었다면 서로의 상처는 좀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 나는 결혼에 앞서 동거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이혼을 했고, 세월이 한참 흐를 때까지도 혼전 동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다. 그리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을 막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나는 프랑스의 많은 젊은이들이 애인들과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 접하면서 그것이 참으로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인 대부분은 결혼에 앞서 동거를 한다. 그들은 적어도 3~4년 동안 함께 살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확인되었을 때, 결혼식을 올린다. 내가 그곳에서 만났던 결혼한 친구들은 모두 동거를 거쳐 결혼하거나 동거 중인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혼전 동거문화가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다. 그들의 혼전 동거문화는 ‘68 민주화운동’ 이후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지금은 동거를 하지 않고 결혼을 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우선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기 시작한다는 내 말을 들은 친구들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결혼부터 할 수 있냐며 매우 황당해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결혼을 한 후에도 얼마든지 우리는 이혼을 선택할 수 있고, 또 이혼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인들만 해도 이렇게 동거를 거쳐 결혼을 하지만, 결혼한 커플의 40%가 최소 한 번씩은 이혼을 한다. 하지만 동거를 해보고 결혼을 한다면, 적어도 서로를 너무 몰라 결혼 후 속았다고 느끼는 당혹스러운 상황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우리 나라에서 혼전 동거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사람은 남자들이 아니라고, 오로지 여성들에게만 흠이며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기에, 결국 혼전 동거는 여성들에게만 불리하다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혼이라는 이력 역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불리한 것이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남의 이목의 두려움과 사회적인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이혼을 하는 건, 결혼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이 더욱 불행하고 구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거기간 중에 함께 삶을 지속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되었을 때 그 관계를 중단한다면 분명 이혼보다 감당해야 할 몫이 적으며, 서로의 상처도 훨씬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꼭 살아보고 결혼하기를 권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말을 진지하게 듣고 동거를 한 사람은 아직 없다. 혼전 동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용기 있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세월이 한참 더 흘러,

“옛날 사람들은 함께 살아보지도 않고 결혼을 했대!”
“아니,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가 있니!”

하는 대화를 듣게 되길 바란다.  일다 ⓒwww.ildaro.com
 
[윤하의 다시 짜는 세상] <누구와 친구할 것인가?> | <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 <면생리대를 삶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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