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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거북이는 100년도 더 살지요?”
 
동물의 생존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뜬금없이 거북이 이야기를 꺼낸 아이는 승찬이었다. 맥락을 놓친 질문에 속으로는 좀 놀랐지만, 난 태연하게 농담을 덧붙여가며 질문을 받아주었다.

“그래! 200년도 더 사는 거북이도 있대! 선생님네 거북이도 벌써 10살이 됐는걸!”
“선생님네 거북이가 어디 있어요?”

눈이 동그래져서 민규가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1년도 넘게 드나들었지만, 한번도 본적 없는 거북이 이야기에 놀랄밖에. 그러나 분명 나는 거북이를 키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는데, 민규가 주의 깊게 듣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야! 너는 그것도 몰라! 목욕탕에 선생님이 키우는(!) 거북이 있잖아!”

수빈이와 현지가 민규의 놀람에 어이없어하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나서서 대답했다.

 
아이들 말대로 나는 거북이를 키우고 있다. 그건 진짜 거북이는 아니고 ‘비취 볼’ 거북이다. 벼룩시장에서 천원도 안 되는 값을 지불하고 산 거북이 비취 볼을,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워야 할까?’하는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내 반려동물로 소개한다.
 
그때 거북이와 함께 소개하는 동물 중에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도 있다. 강아지 역시 살아있는 강아지는 아니고 ‘필통’ 강아지다. 놀아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챙겨주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은 일 아니냐고 아이들에게 이들을 키우는 자랑을 늘어놓곤 한다.
 
이렇게 필통이나 인형 같은 것을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건, 아이들이 책임감 없이 동물들을 사와 조금 키우다가 죽이거나 시들해져 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한 아이는 내 반려동물들을 본 며칠 뒤, 자기는 호랑이를 키우기로 했다며 ‘호랑이인형 필통’을 내밀기도 했다.
 
지금은 중학생인 은수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를 정말 갖고 싶어 했다.

“선생님, 강아지필통 저 주시면 안돼요?”
 
아무리 갖고 싶어도 남에게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은수가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봐, 정말 가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필통이 뭐라고, 줄만도 한데…. 나는 “안 돼지! 선생님이 키우는 건데!”하며 주지 않았고, 실망한 은수는 결국 다른 강아지인형 필통을 하나 장만했다. 하지만 자기 것보다 내 것을 늘 맘에 들어 했다.
 
그건 벌써 몇 해 전의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은수에게 강아지를 주지 않은 걸 지금도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키우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아이들과 맥락을 잠시 벗어났다, 돌아온다. 그들과 같은 문법과 시선으로 그들이 즐거워하는 것에 함께 웃고, 그들이 감동하는 것에 같이 젖다 보면 나도 어느 새 초등학생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이렇게 내 속의 12살 아이를 살려내는 일이 즐겁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속의 그 어린이도 좀더 분명하고 풍부한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어떨 때, 그 모습은 30년 전의 내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12살 아이일 때도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동심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하지만, 동심은 생물학적 나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나이와 관련되는 것 같다. 우리가 세상을 좀더 풍부하고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동심이라는 걸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 /정인진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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