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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중매결혼’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까오 휜 탄 투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일다는 공동으로 기획하여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쓰는 인권이야기를 싣습니다. 이 기획연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필자 까오 휜 탄 투이님은 한국에 온 지 3개월 된 베트남유학생입니다. 베트남에서 봉사활동팀 <굿윌>(Goodwill)과 한국NGO <나와우리>가 함께 주최한 ‘한-베 평화캠프’에 참가했으며,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교류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시집 왔느냐?”
 

까오 휜 탄 투이님은 한국에 온 지 3개월 된 베트남유학생으로, 한-베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교류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는 베트남학생 까오 휜 탄 투이(Cao Huynh Thanh Thuy)입니다. 베트남 호치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학과 3학년을 마친 후, 학생교류 프로그램으로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올해 9월 유학(한국어문학부) 왔습니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 길거리 분식집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저를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제 대답을 들은 후에 “한국으로 시집 왔느냐”고 한번 더 물어봤습니다. 그때 공부하려고 왔다고 말했는데, 속으로 무척 놀랐습니다. 저와 함께 간 친구도 그 전에 그런 질문을 받았답니다.
 
왜 한국사람들은, 베트남여성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가 결혼하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하는 걸까요?
 
다시 생각해보면, 분식집 아주머니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신부 중 베트남여성이 두 번째로 많은 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 60%가 중매결혼이라고 합니다. 중매결혼이므로, 부부가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충분히 이해를 못하기에, 같이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베트남에 있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었지만, 관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유학을 준비하면서 보게 된 것들이 있고, 또 한국에 와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국제중매결혼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영사관에서 본 ‘한-베 커플’의 모습들
 
먼저 한국으로 유학을 준비하면서 본 것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 한국영사관으로 갔습니다. 영사관 안에는 한국과 관련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또는 일하기 위해서 비자를 발급받으러 온 사람 외에, 한국남성과 베트남여성이 함께 있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결혼을 담당하는 곳 앞에 서 있는 까닭에, 부부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중 한 커플이 제 주의를 끌었습니다. 원래 비자 받으려면 한국으로 가는 이유가 확실하도록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 커플은 같이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1시간이상이 지났는데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듣지 못했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인지 합의된 의견을 만들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왠지 그 베트남여성을 보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금 간단한 서류를 채우기도 어려우면, 나중에 같이 살게 되었을 때 어떻게 다른 일을 함께할 수 있을까요? 한국남편과 베트남아내가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슬픈 일들이 많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부는 한국남편이 아무리 말해도 베트남아내가 이해하지 못해서, 남편이 화가 나서 아내의 뺨을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이 여성에게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곳에 그 커플 외에 다른 몇 커플이 서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 가만히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베트남 신부’ 언니
 

한국 나와우리와 베트남 굿윌은 양국 역사와 문화 교류를 위해 한-베 평화캠프를 열고 있다. 2009 캠프참가자들이 퐁니 위령비로 가는 길을 포장하는 모습 ©나와우리

두 번째 이야기는 한국에 온 후에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기숙사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에 갔는데, 저와 한 친구가 베트남어로 말했습니다. 갑자기 한 여자가 우리한테 베트남어로 베트남사람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면서도, 이곳에서 베트남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아주 기뻤습니다. 이야기 나누었더니 이 언니는 한국사람이랑 결혼했고, 지금 임신 중이라고 했습니다.

 
언니는 중매로 결혼을 했고, 젊은 나이인 것 같고, 남부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지금 언니의 남편은 서울 근처에서 일하고 있고, 언니는 부산에서 요리집 주인인 시어머니랑 살고 있답니다. 그 전에는 시어머니를 도와드렸지만, 지금은 임신해서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혹시 한국에서 사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물어봤는데, 언니는 ‘의사소통’과 ‘음식’이 힘들다고 대답했습니다. 결혼해서 한국에 왔는데, 처음에는 시어머니와 사이에 오해가 많이 생겼답니다. 지금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해서, 천천히 말하고 잘 설명해야 시어머니께서는 이해를 하신답니다. 낯선 냄새가 나고 매운 한국음식도 잘 먹지 못해서, 처음에는 두 사람이 각자 요리해서 먹었답니다. 그런데 요즘 점심식사는 시어머니와 같이 한국식으로 먹고, 시어머니 장사하러 가시고 나서 저녁식사는 베트남 식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또, 집안에서 가전제품을 사용할 줄 모른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설명서가 한국말로만 되어있어서 세탁기, 밥솥, 난방 등을 쓰려고 할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저야 한국말전공이라서 쉽게 무슨 의미인지 찾아볼 수 있지만, 언니는 혼자서 어떻게 했는지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답니다.
 
한국에 와서 한동안, 베트남에서 한국말을 조금밖에 배우지 않아서 알아듣는 것이 많이 힘들었답니다. 그런데 임신하고 나니 시어머니 태도도 조금 바뀌었고 남편도 전화를 자주해주기 시작했답니다.
 
언니는 지금 우리를 만나게 되고 베트남어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우리한테 이번 설날에 베트남에 돌아갈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언니는 이번 설날에 가고 싶은데 돌아갈 계획이 없답니다. 친구랑 나랑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알기에, 살면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언니는 핸드폰이 없어서, 우리 전화번호만 알려줬습니다.
 
공통점 많은 나라 한-베, 서로의 문화 배울 수 있길

베트남인민들의 죽음을 위로하며 세운 위령비 가는 길 ©나와우리

제가 만났던 베트남신부는 불행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베트남 신문에는 한국남성과 결혼한 베트남여성이 폭행당하고, 차별 받았다는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베트남에서 그 기사들을 읽으면서 이런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 보니 불행한 신부도 많지만, 잘 살고 있는 베트남신부도 있습니다. 비록 여기서 아직 한 명밖에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제 생각은 좀 바뀌었습니다.

 
분식집 아주머니는 한국으로 온 베트남여성은 모두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고, 그래서 한국남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베트남여자를 낮춰보나 봅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틀 사흘 동안 만나서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결혼만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베트남여성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결혼문제는 잘 생각하고 잘 준비한 후에야 결정 내리기를 희망합니다.
 
또 한-베 양국 정부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슬픈 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서로를 잘 모르고서 중매결혼을 하는 사람들에게 ‘배우자 국가의 문화를 잘 배울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한-베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린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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