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첫 경험 너는 보물이 아니라 인간이야 학교와 집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인생이 낙오된다는 협박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여성인 나에게는 협박 하나가 더 생겼다. ‘몸을 함부로 굴리고 다니면 걸레가 된다’. ‘여자가 손해니까 몸조심하라.’ 학교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온갖 거짓말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학교라는 ‘우리’에 우리를 가두어놓고, 여러 가지 금기를 정하고 그걸 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았다. 아침부터 잠들기까지, 아니 잠든 후에도 아버지의 욕설과 발소리, 문을 쾅쾅 닫는 소리가 지배하던 집은 내게 또 하나의 ‘우리’였다. 친구들과 밤거리를 걸어 다녔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 별들을 구경하면서 싸한 밤공기를 마시는 건 내게 허락된 거의 유일한..
미디어에선 찾아보기 힘든 ‘여성들의 저항’[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Feminist Journal ILDA 에 첫 번째 칼럼 “자기방어 훈련을 하는 세계 여성들과 만나다”가 올라가고 한 시간쯤 지나, 스쿨오브무브먼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SBS입니다. 셀프 디펜스(자기방어) 관련해서 최하란 선생님과 말씀 나누고 싶은데, 계신가요?” 나는 그 시간, 크라브마가(Krav Maga; 자기방어 시스템, 호신술의 하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 있었다. ▶SBS스페셜 454회 편.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