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박내현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푸른북스)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박내현씨는 적당히, 느리게,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마을활동가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구술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엄마가 우리 네 남매의 사진들을 정리해서 하나씩 앨범을 만들어 주시는 걸 보면서, 나도 엄마 아빠 앨범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래된 흑백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여고생 교복을 입은 사진 속 엄마는 수줍지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반고흐와 르누아르가 좋아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녀, 미술학원에 다니며 공부했지만 결국에는 다른 길을 선택했던 엄마의 얘기를 떠..
“시장, 하면 무엇이 생각나니?” 박채란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푸른북스, 2017)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박채란씨는 동화작가이자 예술단체 의 공동대표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여덟 살 딸아이에게 물어본다.“시장, 하면 어디가 생각나?” 딸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음…. 시장이라고 하면 하나로마트기도 하고 이마트기도 하고 한살림이기도 하지.” 아이의 마음속에 우리가 익히 아는 시장의 이미지는 없다. 오직 마트가 있을 뿐 마흔의 내가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난 시장 하면, 뭐가 떠오르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보낸 나. 금요일 오전이면 단지 안 관리 사무소 근처에서 열리던 알뜰시장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한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