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더 촘촘하고 깊은 상상력을 위하여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흡사 날카로운 쇳조각 같은 것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듯한 이 소리는, 이른 아침에 듣기엔 확실히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긴긴 밤이 지나고 더디게 아침이 왔는데도 골목길에서 경운기는커녕 작은 인기척 하나 느낄 수 없는 겨울을 막 보내고 난 요 무렵엔, 이 소리가 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이른 시각에 경운기들이 움직인다는 건, 마침내 동네 전체가 방구들에 붙여 놓았던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는 증거니까. 그 기운에 힘입어 나도 활짝 깨어날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맙고 신난다고 할까. 텃밭 농사 밑그림 그리기 ▲ 작년에 콩을 심었던 언덕 위 텃밭 주변 풍경.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멧돼지가 자주..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16) 그 하나가 없어도 나는 내가 눈부시다 프리랜서로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든 지 15년. 함부로 대해 온 몸, 마음, 영혼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요가와 명상을 시작한 지 10년. 명함에 글 쓰고 요가 하는 자야, 라고 써넣 은 지 6년. 도시를 떠나 시골을 떠돌기 시작한 2년 만에 맞춤한 집을 만나 발 딛고 산 지 또한 2년... 그렇게 쌓이고 다져진 오래된 삶 위로, 계속해서 뿌리 내리고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는 ‘지금 여기’의 삶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www.ildaro.com 언 땅이 풀리면서 왕성하게 잎을 뻗어가느라 서로 엉켜 있던 시금치를 솎아낸다. 덕분에 내 손엔 뿌리째 캐낸 여린 초록 잎들이 한 가득. 올해 첫 수확물인 그것들을 물에 흔들어 된장국을 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