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를 읽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담임선생님이 나눠주는 종이에 매년 장래희망을 적어내곤 했다. 다른 친구들이 대통령, 과학자 등 꿈을 크게(?) 가질 때, 농부라고 써서 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쓴 이유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농사를 지었고, 내 할아버지, 아버지도 지었으니 그걸 잇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본 적도 없는 단군을 갖다 붙인 것도 우습고, 할머니와 어머니를 빼놓고 농사를 거론한 것도 부끄럽다. 어찌 됐든 농부라는 꿈은 계속 키워갈 수가 없었다. 자식이 공부하는 것을 바랐던 부모님은 요만큼의 농사일도 시키지 않았고, 선생님이든 친구들이든 우스운 일 정도로 치부하였다. 스스로도 튼튼하지 않은 체력이라 쉽게 포기하였다. 20여 년 전..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5) 머무는 삶, 떠나는 삶 10대 시절, 나는 엉뚱하게도 농사짓는 삶과 세계 일주를 동시에 꿈꾼 적이 있었다. 머무는 한 떠날 수 없고 떠나면서 머물 수 없는 법이니, 내 꿈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욕망을 담고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농부도 되지 못했고 세계일주도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떠나고 싶은 마음과 머물고 싶은 마음은 내 삶 속에서 차례차례 고개를 내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주저 없이 마음의 소리를 따라 얼마 전,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과 존 프란시스의 를 읽었는데, 두 사람의 삶이 무척 감동적이고 매혹적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려 한다는 점에서 두 삶은 꼭 닮아 있었다. 마사노부는 자연농법과 자연식을 실천하면서 자연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