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를 잡아주는 둘째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둘째 동생 ※ 농촌과 농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체화하며 살고 있는 20대 박푸른들의 농(農)적인 시선. [편집자 주] ▲ 2014. 9. 7. 막내를 잡아주는 둘째. © 박푸른들 동생을 낳아달라고 조르다가 시들해진 내 나이 열 살, 동생이 태어났다. 늦둥이인 줄 알았던 동생은 네 살이 되던 해 동생을 보았고, 막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엉엉 울며 찾으러 나가는 언니가 되었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습관적인 표정과 행동을 보고 쉽게 마음을 알아챈다. 특히 누군가 슬퍼할 때 가장 먼저 안아 달래주는 둘째의 모습을 보며, 분명 타고난 돌봄이라고 생각했다. 이 돌봄이 동생은 자라면서 뛰어난 살림쟁이가 됐다. 무엇을 하나 ..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리듬 날이 갑자기 더워져 식물들의 생육이 빨라졌다. 농민들은 날씨의 변화를 빠르게 직감하고 일을 서두른다. 그렇다고 작년과 같은 수확량을 얻거나 수확 시기가 약간 당겨지고 마는 건 아니다. ▲ 리듬 © 일다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제때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지 못하면 병해충에 쉽게 노출되며, 수확 시기와 수확량을 짐작하기 어렵다. 올해 농촌은 예년보다 빠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흙내를 폴폴 풍기는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전화를 붙들고 다음 날 일꾼을 모으고, 켜켜이 쌓아둔 모판 안 볍씨가 금세 트는 바람에 서둘러 못자리를 만들고, 다른 때보다 일찍 식물에 옮겨 붙은 병해충을 떼어내기 위해 약을 치고, 열과(裂果, 성숙기에 과피가 터지면서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