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반짝임을 지키기 위해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3) 버지니아 울프「자기만의 방」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20대 여성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고민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페미니즘 책 여행이 시작됩니다. 폭력의 시대에 평등과 자유의 꿈을 꾸는 여성들의 생각과 삶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내가 처음으로 ‘내가 번 돈’이란 것을 손에 쥐었을 때는 스무 살이었다.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부모님께 손 내밀지 않고도, 친구들을 만나고 사고 싶은 것들을 사는 소소한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다. 과외, 학원 강사, 캠프카운슬러, 카페 점원 등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경험도 많았다. 하지만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한 달 내내 낮..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넷째 이야기① 작년 7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연일 많은 비가 쏟아지던 장마철의 어느 날 아침. 가늘고 촘촘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밤사이 빗장을 걸어놓은 대문을 열기 위해 우산도 없이 후다닥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쪽으로 달려갔다. 이른 아침에 대문을 열고 어스름 땅거미가 지는 저녁에 대문을 닫는 건, 뭐랄까. 일상에 특별함을 불어넣는 작은 의식과도 같은 느낌이다. 대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나의 하루가 힘차게 시작되고 정갈하게 갈무리되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할까. 그날도 나는 왠지 모를 설렘에 휘파람까지 날려가며 대문을 활짝 열었고, 바람에 닫히지 말라고 여느 때처럼 나무문짝 아래에 돌을 괴어 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집 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그것이 내 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