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1)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일상의 반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20대 여성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고민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페미니즘 책 여행이 시작됩니다. 폭력의 시대에 평등과 자유의 꿈을 꾸는 여성들의 생각과 삶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필자 소개-추은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더 익숙하고, 돈이 되는 것보다 돈 안 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 스무 살 언저리에 들었던 ‘radical한 사고의 전환’을 마음에 담아두고, 이 땅의 멋진 언니들을 보며 꿈꾸는 걸 낙으로 삼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으며, 대학원에서 젠더학을 공부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언젠가의 서른을 꿈꾸면서 살았다, 나는. 나의 ..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18) 그해 여름, 취업일기② 컴퓨터 프린터의 메인보드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첫날, 난 납땜을 마치고 잘라낸 철사조각들 중, 긴 것을 골라 펜치로 구부리는 일을 했다. 그 일을 며칠 간 한 뒤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조립라인에 앉아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칩들을 보드에 꽂는 일을 했다. 빈 보드가 자동으로 앞에 도착하면 같은 자리에 똑같은 칩을 반복적으로 꽂는 것인데, 어찌나 단순하고 지루한지 이 일을 하면서는 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깜빡깜빡 조는 사이, 조금씩 내 곁에서 멀어지는 보드를 쫓아 처음에는 몸을 일으켜 꽂다가 나중에는 아예 뛰어다니며 칩을 꽂으면, 어느새 벌떡 잠이 깨곤 했다. 경력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은 납땜 기계를 통과한 보드의 납땜을 손질하는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