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남성성의 본질이 아니다 읽기 관계에서 상처는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는 타인을 만날 수 없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내 자리를 내어주고, 또 내 공간으로의 침입을 용인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공간이라는 말은 추상적이기도, 심리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물리 법칙만큼 실제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사실은 관계 맺음에 있어서, 나도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근거여야 한다. 즉, 내가 다가가고자 하는 ‘그/녀’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 없이, ‘그/녀’의 기꺼운 환대 없이 다가간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침범이다. 그러니 ‘너는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최소한 ‘어떻게 하면 나를 받아주겠니’는 그나마 낫다. 그..
맞으면서도, 애인과 헤어지지 못한 이유 3. 폭력의 속성 ※ 일다의 신간 발간 기념으로, 데이트 폭력 문제를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때리는 애인, 왜 떠나지 못할까? “당시에는 맞지 않는 것보다 제가 그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어리석은 판단이었습니다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제가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진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는 그가 바뀔 수 있다고 믿었고, 그는 ‘때린다는 것만 제외하면 꽤나 괜찮은 연인’이었습니다.” 얼마 전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한모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겪었다는 사실을 공론화한 피해여성의 말이다. 그녀는 자신은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드센 여성으로 분류되는데도” 데이트 폭력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