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의 덫’에 걸린 대한민국 엄마의 삶 숱한 칭찬과 협박 속에서 나는 거의 매일 15개월 된 둘째를 데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외출을 한다. 겨울에 외출하자면 준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쪼꼬맹이는 장갑 끼는 것을 귀찮아한다. 그래서 끼우지 않고 외출하면 열에 아홉은 겪는 일이 있다. 마을버스에서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대뜸 “에고야, 아가 손 다 얼겠네. 엄마가 장갑 안 껴 주던? 아이고 우리 아기 불쌍해라” 한다. 멀뚱멀뚱 내릴 순간만을 기다리다 후다닥 내리며 ‘추우려나’ 싶어 가방에 넣어온 장갑을 다시 끼운다. 이젠 됐다 싶어 지하철을 타니, 역시 생면부지의 또 누군가가 “아구 귀여워라. 근데 애 땀띠나. 우리 아가 엄마 때문에 덥지. 까꿍” 한다. 엄마 8년차, 애가 둘이다 보면 멘붕도 사치스럽다는 ..
비밀은 없다, 모든 것을 말하라 알리스 슈바르처 “아주 작은 차이”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 알리스 슈바르처의 (이프, 2001) 이 책은 절판된 책인데 헌책방이나 인터넷 중고책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01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나올 때 관심을 많이 끌었고 그때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은 것 같다. 헌책방에 가서 보게 되면 ‘좋은 책인데, 누가 사보면 좋겠다’고 눈길을 주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출판사인 가 동명의 잡지를 창간했을 때 나는 갓 스물 무렵이었다. 친구가 “이런 잡지가 나왔다! 우리 여자 얘기가 있는 것 같아!” 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