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폐 스펙트럼을 진단받은 당사자이고,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에서 활동하는 김세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어쩌다가 한국 나이로 24살 때 성인기에까지 가서야 자폐 스펙트럼을 진단받을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생의 첫 기억, 달력 저는 1995년 12월 27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진단받은 게 2018년이니까, 무려 20년 넘는 시간 동안 갑갑한 마음으로 홀로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저는 인생 첫 번째 기억이 무엇인지가 확실한 편입니다. 생후 24개월도 안 되었을 시절부터 숫자에 몰입해서 달력과 전자계산기를 참 좋아했어요. 1997년 말에, 1998년 달력을 아버지가 들고 오셨는데 그걸 제가 제일 먼저 뜯어서 보았습니다. 1998년 달력에서 2..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선’ 넘는 글을 쓰는 발달장애인, 김유리 *‘싸우는 여자들 이야기’를 기록한다. 지금 내가 선 자리를 지키는 일도, 정해진 장소를 떠나는 일도, 너와 내가 머물 공간을 넓히는 일도, 살아가는 일 자체가 투쟁인 세상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세상이 작다거나, 하찮다거나, 또는 ‘기특하다’고 취급하는 싸움이다. 세상이 존중할 줄 모르는 싸움에 존중의 마음을 담아,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공부하고 노동하는 11명의 필자가 인터뷰를 연재한다.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발달장애인이라고 하면 늘 ‘지적인 문제로,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은 결국 세상의 문법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