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판단에 ‘정답은 없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헌법재판소가 정의롭고 사리에 맞는, ‘절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암암리에 내재돼있다. 그러나 의 저자 김두식씨의 생각에 따르면, 이같은 믿음은 그릇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는 법적 판단에 있어, ‘정답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저자는 이현세의 만화 에 대한 판결문을 예로 들면서, 법원의 판결문 역시 ‘일반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 ‘성적 도의관념’, ‘건전한 사회통념’과 같은 가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개념에 의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음란’이라는 개념 자체가 ‘살인’이나 ‘강간’보다 훨씬 더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법은 ‘절대적인’ 판결을 내려주는 존재로 인..
검찰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사건과, 구속적부심 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은 우리나라의 법치수준을 만천하에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실망시켰을 뿐 아니라, 법원 스스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한국의 법치수준에 실망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법률상의 아내강간을 인정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법 해석을 따르지 않고, 이른바 ‘부부강간’을 인정한 판결이 등장한 것이다. 강간죄 규정의 사각지대였던 ‘부부 사이’ 이번 판결은 현행형법상 강간죄 규정의 사각지대라고 불리던 아내강간을 인정한 것으로, 부부 사이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는 ‘외국인 처가 생리기간 중이라는 신체적 사정을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