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웃이 유방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 암이 진행되어 임파선을 모두 제거했다고 하니, 앞으로 그녀가 겪을 고통이 적지 않을 듯하다. 암이 전이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정신적 불안도 힘들겠지만, 임파선이 없어 죽기 전까지 감내해야 할 몸의 불편함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학적 질병’ 상태와 ‘개인적 통증’ 경험의 간격 일상적으로 몸의 고통을 껴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큰 병에 걸려 죽음을 늦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겪어내야 하는 고통도 그렇지만, 잔병들로 인한 고통, 혹은 아무런 의학적 질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를 실제로 괴롭히는 고통도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를 하며 자라온 내 경우는 어느 정도 몸의 고통에 익숙해져 있다...
영화 는 와 을 만든 감독,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의 2008년 작품이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보수성이 드러나는 이나 혹은 정도를 떠올렸던 나에게, 영화 초반부는 꽤 불편했다. 흔들리는 카메라, 음산한 첼로독주, 여기저기 흩어져 연주를 하거나 서성이는 등장인물들. 결혼식이라는 주제 자체가 주는 지루함과 다큐멘터리 형식의 촬영법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불편함을 경쟁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처럼 가족관계를 비추는 카메라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 등장하는 레이첼이 아닌 그 동생 킴이다. 마약중독으로 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 시점부터 결혼식 리허설에 이어 결혼식을 마치고 이틀 후 집을 떠나는 아침까지를 그린다. 레이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