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더 촘촘하고 깊은 상상력을 위하여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흡사 날카로운 쇳조각 같은 것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듯한 이 소리는, 이른 아침에 듣기엔 확실히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긴긴 밤이 지나고 더디게 아침이 왔는데도 골목길에서 경운기는커녕 작은 인기척 하나 느낄 수 없는 겨울을 막 보내고 난 요 무렵엔, 이 소리가 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이른 시각에 경운기들이 움직인다는 건, 마침내 동네 전체가 방구들에 붙여 놓았던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는 증거니까. 그 기운에 힘입어 나도 활짝 깨어날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맙고 신난다고 할까. 텃밭 농사 밑그림 그리기 ▲ 작년에 콩을 심었던 언덕 위 텃밭 주변 풍경.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멧돼지가 자주..
1. 산능선에 들어선 풍력발전기 에 “박혜령의 숲에서 보낸 편지”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경북 영덕 한 산골마을로 귀농하여 농사짓고 살아가는 박혜령씨가 ‘대자연 속 일부분의 눈’으로 세상을 향해 건네는 작은 이야기입니다. 개발과 성장, 물질과 성공을 쫓아 내달려가는 한국사회에 ‘보다 나은 길이 있다’며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편지”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www.ildaro.com *필자 소개: 박혜령(43). 산골서 살고자 9년 전 남편과 창수령 독경산 아래에 둥지를 튼 농부로, 규리(딸)와 솜솜이(고양이)라는 두 딸을 두었습니다. 농업이 아닌 농사를 통해 삶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며, 힘겨워하면서도 만족하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수리부엉이, 너구리, 수달, 민물가재, 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