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입원해 계셨던 슬픈 크리스마스 일곱 살 때였다. 그 해 크리스마스 며칠 전 갑자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간난 아기인 남동생은 어머니와 병원에 있었고, 직장과 어머니 간호로 아버지는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 올망졸망한 우리 세 자매만 덩그러니 집에 남아 여러 날을 보냈다. 방만 나서면 툇마루나 부엌은 얼음장처럼 추웠다. 손을 호호거리며 눈 쌓인 마당을 종종걸음으로 왔다갔다했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뭘 하러 거길 오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참 추웠다는 느낌만은 또렷이 남아있다. 그 이후에도 겨울은 늘 추웠지만, 그때가 인상적인 건 꼭 추워서만은 아니었던 같다. 지금 생각하면, 춥다고 느꼈던 그 감정의 실체는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얼굴도 볼 수 없다는 ..
택배 아저씨는 내게 작은 소포꾸러미를 안겨주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찌그러진 종이상자에는 박스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다. ‘도대체 누가 보낸 걸까?’하며 살펴보니, 이제는 완전히 시골사람이 다 된 대학선배가 보낸 것이었다. 겨우 테이프를 떼어내고 상자를 여는 순간, 편지와 함께, 곶감 한 봉지와 책 한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렇게 손수 쓴 편지를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게다가 곶감은 선배가 손수 말려 만든 것이라니, 정말 감동적이다. 곶감을 앞에 놓고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이 훈훈해져 왔다. 시간을 들이기보다 돈을 들여서 언젠가부터 손으로 직접 편지쓰기를 멈추었다. 아마도, 인터넷 없이 사는 일본인 친구 편지에 답장 쓸 기회를 놓쳐버린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또 더 이상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