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그 학교의 좁다란 복도에서 눈길을 끄는 푯말이 있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고충상담창구. 소년들은 이 네모난 푯말이 달려있는 네모난 방에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떤 얘길 듣고 돌아갈까 궁금해졌다. 아니, 과연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할까. 성 관련한 문제를 상담하는 곳의 이름을 무슨 은행창구 같은 딱딱한 제목으로 붙인 교육행정의 처사가 의아하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여중생들은, 올해의 소원으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해달라 했다 한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란, 성폭행을 당했던 1년여 시간만을 뜻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후 경찰수사 과정과 가해자 측 관련자들에게서 받았던 협박과 가..
학교 밖에서 길을 찾는 청소년들을 위해 지난 금요일에는 청소년들의 발표회를 다녀왔다. 학교를 나와 홈 스쿨링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했다. 다녀온 곳은 이들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이들에게 친구를 만나고 사귈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제공하기도 하는 교육공간이었다. 나는 이 청소년들이 보고 싶었다. 그들이 학교를 떠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지, 또 이런 대안적인 교육공간은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대안교육공간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모습 우선, 찾아간 교육공간이 너무 멋졌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쾌적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넓은 뜰에는 나무와 꽃들로 우거져있었다. 실내 역시, 많은 도서가 갖추어진 서가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