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깍지를 만들어 아이들과 나누며 “선생님, 제게도 요만한 연필이 드디어 생겼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제법 흥분된 표정으로 승찬이는 엄지와 검지로 연필 크기를 그려 보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선생님이 그걸 꽂을 수 있는 깍지를 줄까?”했더니, 바로 “네!”하고 대답하며 받아 든다. 옆에 있던 수빈이에게도 “수빈이도 하나 줄까?”했더니, 그녀도 좋단다. 나는 볼펜이나 사인펜 같은 필기도구를 다 쓰면 그 깍지를 잘 챙겨놓았다가 몽당연필을 꽂아 쓰기도 하고, 원하는 아이들에겐 주기도 한다. 또 그렇게 깍지에 끼워 쓰던 연필이 손톱만큼 작아져, 정말 더는 쓸 수 없게 된 것들도 통에 잘 모으고 있다. 그걸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가끔 있는데, 나는 그들에게 “안돼! 연필을 계속 쓰면 이렇게 돼. 너희들도 ..
▲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건 준영이와 함께 공부한 지 올 2월로 꼭 3년째 된다. 2학년 초부터 공부하기 시작해 곧 5학년이 되는데, 지금은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고 한번씩은 놀랄만한 의견으로 나를 감동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초창기 다른 아이들과 그룹으로 해오던 걸 접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은 내가 먼저였다. 당시 준영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경계에 해당하는 증상들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애정에 집착적인 태도까지 갖고 있어, 수업 중 교사가 자기가 아닌 다른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이면 견딜 수 없어해, 야단을 맞아가면서 조차 교사의 관심을 자신에게 잡아두려 했다. 결국 그룹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준영이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