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도 나이가 든다 나이 듦에 관하여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여겼던, 이뻐서 꼭 끌어안으면 그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것이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고 달라붙어서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그 조카가 이젠 시커먼 사내가 되어 얼마 전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에 주고받은 문자에 “22살이라니!” 라고 하는 조카에게 나는, “처음엔 그렇게 시작해. 이제 곧 서른도 오고 마흔도 온다, 나를 봐” 라고 답했다. 조카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즐기라고 짧게 대답을 보냈다. 처음엔 이 작은 생명이 잠들고 눈뜨고 먹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제는 몇 달 만에 만나도 여전히 귀엽긴 해도 덤덤하다. 다만 의미를 두고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어린이가 이렇게 컸지 새삼 놀랄 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
감과 고양이 똥의 경계 무기질과 유기질 사이 가을이 깊다고 해야 할지 겨울이 왔다고 해야 할지. 화려하던 낙엽이 땅에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이어진 늦가을 비에 푹 젖었다. 이제 흙으로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늦가을엔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무는가 하여 뭔가 뭉클하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올해는 추위가 늦어 더 그런 것 같다. (남반구에 살면 연말이 가까울 때에 여름휴가를 준비하니까 이런 종말론적 느낌은 안들 텐데.) 삼 년 전 나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길고양이 새끼 세 마리를 떠안았다. 어미는 간 데 없고 날마다 삐약거리는 것들이 안쓰러워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 잘못이면 잘못이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이란다. 그 긴 세월 밥 줄 생각에 아찔하여 어미를 여러 날 더 기다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