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참 짧으시네요”[머리 짧은 여자] 연재를 시작하며 * Feminist Journal ILDA 전에 봤던 아주 무례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16년 3월의 이야기다. 그날도 나는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저녁쯤 됐을 때 누군가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카페에 들어왔다. 젊은 남자였다. 그는 어리바리하게 다가와서는 여기가 인문학카페가 맞느냐는 말을 했다. 상당히 정중한 사람이었고, 우리 카페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수도권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춘천까지 와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그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근데 머리가 참 짧으시네요. 멀리서 보고 남자인줄 알았어요. 얼굴도 예쁘신데 머리를 왜 이렇게 짧게 하고 다니세요?” 세 문장으로 나를 이렇게 기분 나쁘게..
대학원 면접, ‘갑질’로 얼룩진 5분⑪ 교수 사회의 젠더 인식 ※ 2016년 는 새로운 페미니즘 담론을 구성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젊은 여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청년여성들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 지원을 받습니다. [편집자 주] 2016년 한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 대학원에 가겠다는 결심은 거창하지 않았다. 취업하는 건 아직 싫고, 2년 더 “학생입니다”라는 말 뒤로 숨을 수 있다는 게 왠지 마음이 놓였다. 내가 과연 학자(!)가 되기에 적합한 유형인지, ‘원생’이 되면 의자에 엉덩이 붙이는 시간을 필히 늘려야 한다던데 과연 할 수 있을지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학점이 일정 정도 이상이면 1년 수업료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기에, 자대 대학원에 지원하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