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시그리드와 헬레나를 찾아서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 필자 소개: 지아(知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영화칼럼을 비롯해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feminist journal ILDA 바로가기 ▶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 줄리엣 비노쉬 주연 영화 2014. 오래전 필자가 한 잡지에 썼던 어른을 위한 우화의 한 부분이다. 이야기 속 여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나이에 대해 적잖이 부담스러워하고 때론 곤혹스러워한다. 어렸을 때 나이 듦은 미래로 가는 빛나는 통과의례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에 가속도가 따라붙으면서 나이는 삶을 무례하게 추월하는 과속 차량처럼 느껴진다. 물론 ‘나이 듦’을 지혜에 접목해서 칭송하는 이야기가 세대를 초월해서 ..
“너는 집회에 데이트 하러 왔니?” 혁명과 섹스① 집회에서 감춰야 하는 여성성 2008년, 열아홉 살이던 나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대학 졸업반이었다.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하이힐을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갔다. 나에게는 이게 평상복이었고,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광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는 데이트 하러 왔니?” 집회할 때는 하이힐이나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안 되는 걸까? 당시에는 ‘촛불소녀’라며 교복 입은 여학생들에 대해 언론과 시민사회 전체가 열광하던 때였다. 치마교복과 미니스커트는 얼마나 달랐던 걸까. 촛불집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찬 구호와 대열이 만들어졌다. 그 속에서 동떨어진 옷을 입고 있는 나는 이방인 같았다. ‘도서관에 하이힐 신고 오는 여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