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며 경계를 섞고 넓혀가야 할, 우리의 삶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우리 동네 길 모퉁이에는 작은 미용실이 하나 있다. 그 미용실에는 가위를 든 정란(가명) 씨가 종종 사람을 반겨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인인 그이는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결혼해 아이를 하나 두었다. 그 아이는 우리 아이와 동갑내기다. 붙임성 좋은 정란 씨네 미용실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북적인다. 그날도 나는 미용실 앞을 지나가다가 정란 씨가 소리쳐 인사하는 바람에 미용실에 들어갔다. “와서 외국 음식 먹어봐, 아가씨들이 만들어왔어.” 긴 머리를 염색한 아..
[죽음연습] 외로운 노년, 진정한 자아와 만나는 시간 의 저자 이경신님은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 일다 www.ildaro.com 20세 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살았던가. 50대를 바라보는 지금, 한 곳에 진득하니 머물면서 이웃들과 안부 인사도 나누는 ‘정착의 삶을 살고 싶다’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가끔씩 며칠간 훌쩍 여행을 떠날 수는 있겠지만 더는 떠돌며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정착의 유혹은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표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생활 리듬을 타면서 반복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살고 싶어질 것 같다. 지금도 낯선 곳으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