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겨울 산에서 매서운 겨울추위가 한풀 꺽인 요즘, 다시 집주변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눈 내린 다음날엔 나무도 길도 산도 온통 은빛으로 반짝였는데, 며칠 지나 들러보니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남쪽 사면에 자리 잡은 삼림욕장에는 오후의 따뜻한 햇살로 벌써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입구 쪽 나무들은 이고 있던 눈을 털어내고 한결 몸이 가벼워 보인다. 길 위를 두텁게 덮고 있던 눈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시작부터 미끌어질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걷지 않아도 되니 몸도 마음도 부담 없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간다. 부산스런 사람들, 말 없는 나무들 약수터에 물 길러 온 사람들, 함께 놀러 온 가족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는 등산객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산책나온 노인들, 산의 초입부는 사람들로 부산..
일상 속 침묵의 순간을 지키고 싶다 일부러, 없는 시간을 쪼개서 짬을 냈다. 굳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이동의 불편함도 감수했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때문이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도 ‘말’ 없이 진행된다고 하니, 그 궁금함이 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도원 안에서는 수행자의 발걸음 소리, 찬송 소리, 또 수도원 밖에서는 천둥, 번개, 비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릴 뿐, 수행자의 침묵수행으로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영화적 분위기를 더하는 배경음악과 같은 별도의 효과도 없었다.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침묵한 채 관람에 집중했지만, 영화관 안은 자잘한 소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통화하는 소리, 코고는 소리, 기침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