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날 언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걸까? 버스에 오를 때까지도 계속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눈이 멎었다. 좁은 도로 위도, 텅 빈 야영장에도, 주변을 에워싼 숲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눈부시다. 도착한 날, 바로 그날 새벽부터 내린 눈이란다. 정말 운 좋은 날이다. 내게 눈은… 내 고향에서는 겨울이라도 눈은 진기한 구경거리였다. 귀와 코를 잘라낼 기세로 휭휭 불어대는 매서운 바닷바람이 뼈 속까지 파고들 때도 눈은 내리지 않았다. 어느 해인가 잠깐 눈이 땅을 살짝 가릴 정도로 다녀간 날, 온 동네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눈사람 만들기에 열중했다. 그나마 대문 앞에 눈사람, 아니 회색 빛 흙사람이라도 세운 아이는 얼마나 의..
한 해의 순환 속에서,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벽에는 이미 내년 달력을 걸어두었다. 책상 위 새 달력은 벌써부터 약속과 계획으로 어지럽다. 내 마음과 나의 삶은 시간을 앞서 한참 달려나가 있는 듯하다. 12월의 주요 일정을 앞서 마무리해서일까? 일터도 휴가에 들어갔고, 월말 결산도 끝냈고, 우리 집 연말행사도 미리 치렀다. 왜 연말과 연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나? 언젠가부터 연말마다 우리 집에서는 한해 10대 뉴스 뽑기를 행사처럼 하고 있다. TV의 연말 10대 뉴스를 보다 떠올린 것인데, 가족 개개인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우리 집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보고, 가장 중요하다 싶은 일 10가지를 추려낸 후 순서를 매겨보는 것으로, 재미나다. 해에 따라 다른 테마가 덧붙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