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우울, 몸의 발견 몸을 인식하다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Feminist Journal ILDA “질병은 자신을 찾으려는 평생에 걸친 분투의 역사의 정점이다.” -게이버 메이트(홀로코스트 생존자) 1. 몸의 우울 “양성인지 악성인지 모호하네요. 조직 검사를 하거나 추이를 지켜보든가 해야겠어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한 MRI촬영 결과였다. ‘오른쪽 무릎 안쪽으로 뼈 안에 직경 3.7센티의 원모양의 검은 물질이 있다. 양성일 가능성이 높지만 악성일 가능성도 있다. 정확한 것은 조직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 검사는 마취하고 뼈를 뚫어야 한다. 4일간 입원하고 한 달 보름간..
아플 권리를 보장하라 질병권을 말하다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건강권 강좌요? 저는 질병권을 주장하는 사람인데, 강사 섭외 잘못하셨어요.” 이따금 강의에 섭외 받아 가면 ‘건강권’ 강좌라고 적혀 있는 경우를 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건강권이 아니라 ‘질병권’ 강좌라고 정정한다. 나는 아플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인데 건강할 권리를 말하는 강좌에서 강사로 섭외한 건 큰 실수라며 어설픈 농담을 던진다. 건강권이란 말 그대로 건강할 권리를 의미하며, 아픈 사람이 치료받을 권리도 포함한다. 그럼에도 나는 ‘아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우리 현실을 강조하고 싶어서 질병권(疾病權)이라는 이상한 말을 쓰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