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와중에도 타인을 돌봐야 하는 여성들 성별화된 돌봄 노동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아픈 와중에도 타인을 돌봐야 하는 여성들 “학원 끝나면, 밥 꼭 챙겨 먹고 숙제 미루지 마”“여보, 넥타이랑 와이셔츠는 순서대로 걸어놨어. 아침에 녹즙 먹는 거 잊지 마”입원실 옆 침대 위 그녀는 내내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다. 아이에 이어서 남편, 그리고 아이 학원 선생에게로 계속 이어지는 통화들. 휴대폰은 쉴 틈이 없었고, 그녀도 쉴 틈이 없었다. 그녀는 유방암 초기 환자였고, 다음 날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통화가 시끄러워 미안했다며, 여자들은 아프면 더 바빠진다고 했다. 그리고 초기 유방암 수술은 가벼운 거라..
양방이 필요한 때, 한방이 필요한 때 통합 치료에 대한 기대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2016 겨울 학기 “질병과 함께 춤을!” 강좌를 통해 작가와 직접 만나보세요! http://bit.ly/1YcipVv 담당의사 몰래 뜸뜨기 “사진 찍어도 별 이상이 없다는 데, 몸이 계속 아파.”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 볼멘소리를 한다. 의사는 별 이상이 없다는데, 자신은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단다. 열흘 넘게 입원해서 물리치료를 매일 받는 중인데 별로 호전이 없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잘 만큼 통증이 심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다. 목소리에 잔뜩 답답함이 묻어난다. 나는 양방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