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에 대한 차별 질병을 사유하라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갑자기 떨어지는 소나기, 교복을 입은 한 무더기의 아이들이 처마 있는 곳을 향해 달린다. 그런데 그중 유난히 작고 뒤처진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깔깔거리며 “현기증 때문에 빨리 못 뛰어”라고 말하고, 앞선 아이들도 깔깔거리며 “병신같이 왜 못 따라와”라고 말한다. 다들 유쾌해 보인다. 병신이라는 말을 듣고, 뱉은 실제 마음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병신(病身), 글자 그대로의 원뜻은 ‘병이든 몸’이다. 그러니까 현기증이 있다는 그 아이도 나도 병신이다. 그리고 현대인의 상당수가 병신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병신의 원뜻은 사실상 사..
시간 사용에 대한 자기결정권 ‘시간 빈곤’에 관하여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왜 그리 바빠?” 사람들과 일정을 정할 때마다, 나는 안 돼는 날이 많다. 그들은 내가 다시 많은 일을 하며 지내는 건 아닌지 염려하지만, 전혀 그런 건 아니다. 나도 이따금 의아했다.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지. 이제 더 이상 일상적으로 병원에 가느라 시간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예전만큼 매일 여러 보조치료법을 하지도 않는다. 누워있는 시간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올 한해 극장 한번 간적 없고, 이따금 시집을 읽는 것 외엔 소설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