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연재를 시작하며 현대문명과 거리를 둔 채, 산골에서 자급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도은님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도은님은 두 딸과 함께 쓴 “세 모녀 에코페미니스트의 좌충우돌 성장기” 의 저자입니다. www.ildaro.com ‘책 읽기’ 인간답게 살고 싶은 본능에 반응하며 ‘책 읽기’라는 끈을 가지고 이 시대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영상 매체와 스마트폰 문화가 일상을 잠식한 세상에서도 책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술 문명 찬미자들은 콧방귀를 뀌며 비웃더라도 그들이야 ‘맘껏 그러시라’ 하고, 우리는 책을 사이에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어쩌면 이 글은 세대간의 대화가 될 수도 있겠다. 중..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24. 폭염보다 강렬했던 심연의 기억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을 웃돌긴 하지만 1994년 폭염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는 기사를 인터넷 상에서 보았다. 순간 나는 그럼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치고야 말았다. 불과 며칠 전, 1994년 여름이 얼마나 끔찍하게 더웠는지 K에게 들려준 나로서는, 뭔가 중요한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것 같아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우리 집에서는 그래도 바람이 제일 잘 통하는 부엌 바닥에 누워 부채질을 하고 있는 K에게, 나는 낮에 본 기사 내용을 전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 해 여름을 통 기억하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는 그가 안타까워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얼마나 덥던지 그때는 밤마다 울었다니까." 빠르고 완벽하게 지쳐간 그 해 여름 내 말이 과장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