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함께, 피임은 따로? 나의 피임 역사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치마 속 페미니즘”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거추장스러운 피임 첫 성경험을 할 때 나는 피임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섹스만으로도 혼란스러워서 피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섹스 후 다음 달 생리 예정일까지 나는 임신에 대한 불안과 걱정 속에 홀로 남겨졌다. 남자친구에게는 사랑의 추억으로 남았겠지만. 이후에도 그는 ‘임신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면서 콘돔을 하지 않고 성기를 삽입하고, 질외사정을 했다. 그의 몸에 자궁이 달려있어도 그는 그렇게 말했을까? 처음엔 나도 걱정되었지만 ‘설마 임신이 되겠어.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라고 ..
포르노그래피 감수성을 넘어 다양한 섹스의 상상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치마 속 페미니즘”이 연재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섹스에서 소외되는 오르가슴 열세 살 때 첫 자위를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섹스를 하는 건지 궁금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살갗을 맞대고 오르가슴을 함께 즐기는 게 섹스라면 어서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첫 경험, 아니 첫 강간을 당했을 때 오르가슴은커녕 아프고 불쾌한 느낌만 들었다. 돌이켜보면 불쾌한 섹스는 대부분 강간이었고, 그런 일들을 사춘기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숱하게 겪었다. 내 몸이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잦아졌다. 수치심은 몸의 감각이 열리는 걸 방해했다. 어느새 포르노, 야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