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전시나 정치적 놀음에 그치지 않도록 얼마 전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뒤에서 갑자기 어마어마한 소음이 들려왔지요. 백미러로 뒤를 보니 망가진 승용차 한대가 도로한가운데 서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멀어지면서 그 차는 점점 작게 보이다가 결국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탄 차와 부딪혔을지 모르는 아찔함에 가슴을 쓸어 내리다가, 한 순간 부딪혔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 갑자기 내게 고통이 닥쳐왔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 그리고 어느 한가한 오후에 고통이 닥쳐왔을 사고당사자를 생각하다가, 결국 그도 언젠가 고통을 피해간 저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지요. 매 순간 이렇게 누군가는 고통을 피해가고, 누군가는 마치 운명인 마냥 고통에 맞닥뜨려야 하..
엔젤 카시디(Angel Cassidy)는 14살에 성매매를 시작했다. 모델 에이전시를 가지고 있다던 남자는 핌프(포주)였고, 폭력과 학대가 이어졌다.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그녀는 술과 마약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팔에는 온통 주사바늘 투성이었지요. 나는, 나를 증오했어요.” 7년 후, 스물 두 살의 그녀는 법정에서 6개월의 징역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녀의 삶이 바뀐 것은 감옥에서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세이지(SAGE)의 아웃리치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난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내게 희망을 주었어요.” 카시디는 재활 프로그램을 마친 후 대학에서 사회복지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세이지에서 현재 매일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