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비로소, 다시금 열정에 사로잡히는 그녀들 연애하는, 그러나 연애를 숨기고픈 그 일요일 아직 이른 오후 시간이었다. 섬돌향린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상수역에서 한 ‘할아버지’가 한 ‘할머니’의 다정한 눈길을 뒤로 하고 지하철에 올라 탔다. 지하철이 움직일 때까지 그는 밖에 서 있는 ‘할머니’에게 애틋한 표정으로 고갯짓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곧 또 봅시다”는 따스한 말을, 입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오진 않았지만,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안타까워하며 헤어지는 모습이나 손을 흔드는 모습이 시종일관 부드럽고 살가웠다. 망설임과 어색함 또한 없지 않아 은연 중에 지지하는 마음까지 들게 만들었다. 마침 옆자리에 앉은 그에게 나는 가능한 실례..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17. 지금, 우리는 늙고 있다 의 저자 이경신님의 칼럼. 필자는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www.ildaro.com ‘죽어야 낫는 병’ 토요일 이른 아침, 도장에는 여든이 넘은 할머니 도우님 한 분이 몸을 풀고 계셨다. 우리 도장에서는 최고령자로, 18년째 혼자 생활하시는 분답게 자기 관리를 아주 잘 하신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도장에서 수련하고 일주일에 세 번은 잊지 않고 수영장도 찾는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반드시 교회를 찾아 신을 경배하는 신실한 기독교신자다. 최근 몇 개월 사이 도우님이 눈에 띄게 쇠약해 보인다. 기억력도 약해진 듯하다. 지난 3주 동안 같은 질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