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① 어젯밤 눈송이처럼 소리도 없이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소매 긴 옷을 겹쳐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다. 잔뜩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가을 아침.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나는 뒷집 아주머니가 주신 쪽파 구근을 일찍 심기로 하고 밖으로 나간다. 대문을 열자 물기 가득한 흙냄새가 밀려온다. 이런 냄새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냄새라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빈자리가 커 보이는 아침 바람 스산해지고 사물 사이 여백이 많아지는 가을엔,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자야 쪽파 심을 곳을 정하기 위해 텃밭을 휘휘 둘러보니 어느새 듬성해진 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
레인보우 도, 국경을 넘다 (1) 멕시칸-코리안 여성이 말하는 ‘국경’ www.ildaro.com 새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구한말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 3세이자, 미국 이주자인 레인보우 도(Rainbow Doe)가 말하는 ‘이주와 여성 그리고 국경’에 관한 이야기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저자 소개: 레인보우 도(Rainbow Doe)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며 연구자이다. 그녀는 멕시코 유카탄으로 이주한 한인 3세이다. 그녀의 조상인 이주 1세대는 1905년 한국에서 멕시코 유카탄으로 왔다가 이후 미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레인보우 도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미국 샌디에고 사이의 ‘국경 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인류학과 스페인에 정복되기 전 라틴아메리카의 전통예술 보호와 관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