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어도 이젠 춥기보다는 시원하게 생각되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 아침, 활짝 창문을 열어놓고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초등학교에서 마이크가 켜졌다. 학교 담장을 타고 음악과 함성과 구령소리가 뒤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맞아, 아이들이 오늘 운동회라고 했지!” 다른 소음들처럼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도리어 나도 한번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할 일을 쌓아 놓고 갈 수 없다고 핑계를 대 보지만, 운동회를 하는 아이도 없고, 누구한테 초대를 받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곳을 기웃거릴 수 없다는 게 더 솔직한 이유다. 그러고 보면, 운동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단 한번도 운동회를..
▲ 마이크 리의 영화 (2008) . 제목을 보아 하니 영화만 봐도 행복해질 것 같았다. 행복한 일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요즘, 꼭 필요한 영화 같았다. 오랜만에 늦잠이 허락된 토요일 아침, 피곤에 찌든 몸을 일으켜 일찍부터 극장 나들이를 했던 것은 그만큼 내가 ‘행복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아, 행복해지고 싶어! 영화초반의 느낌, 한마디로 짜증난다 영화제목 “해피 고 럭키”(Happy-Go-Lucky)는 “태평스럽다, 낙천적이다”라는 의미의 합성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폴린(애칭은 ‘포피’)은 제목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천하태평’에 무슨 상황에서도 ‘낙천적’인 서른 살 노처녀다. (포피 스스로 그렇게 말한 거니까 노처녀란 표현에 딴지 걸지 말길.)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