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말기암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일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언론 <페민>의 12월 5일자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만약 내가 회복될 가망이 없는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어디서 생의 마지막을 맞고 싶을까. ‘재택호스피스’라는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암 사망자 90%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해
‘집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실제로는 80%의 사람들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죽고, 집에서 죽는 사람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암 사망자의 경우 90% 이상이 의료기관이며, 6%가 자기 집이다. 희망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유방암 투병경험을 바탕으로 의료를 생각하는 시민그룹 ‘이데아포’(Idea Four)는 재택호스피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달 도쿄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일본에서 ‘재택 호스피스케어의 개척자’로 불리는 의사 가와고에 코우씨가 재택호스피스 필요성과 현황을 이야기했다. 호스피스 의사인 가와고에 코우씨는 『집에서 돌보는 것-말기암 환자를 케어하는 재택호스피스의 진실』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남은 시간을 ‘자기답게 지낼 수 있도록’
암 전문의였던 가와고에씨는 30대 후반 대장암을 앓으며 생사의 경계를 오간 경험을 통해, 40대 들어와 ‘호스피스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20년 전부터 도쿄 하쿠주지 진료소 재택호스피스 부장을 맡아왔는데, 지역의 생활공간(주로 자택)에서 호스피스케어를 받는 ‘재택 호스피스케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2000년에는 ‘의료법인 팔리움클리닉(Pallium Clinic) 가와고에’를 개업했고, 동시에 ‘재택케어 지원그룹 팔리움’을 설립해 지금까지 수백 명의 말기암 환자를 돌봐왔다.
가와고에씨는 “암과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 하지만 병원의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할 때는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말기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스러운 치료가 아니라, 가능한 한 고통을 줄이는 ‘완화케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자기답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의사와 환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의료가 바로 ‘재택 호스피스케어’다.
가와고에씨는 재택호스피스의 좋은 점으로, 구속 없이 자유롭다는 것과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이나 역할(살아있는 희망과 의미)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있어 고독하지 않다는 것 등을 들었다.
간병하는 가족들도 케어를 받는다
‘내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고 희망하면서도 ‘실제로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재택 호스피스케어에 대한 정보가 아직 적기 때문이다. 또, ‘혹시 가족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가족환경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집에 있는 편이 통원치료를 하는 것보다 덜 번거로울 수도 있다. 재택 호스피스케어의 좋은 점은 환자뿐 아니라 간병을 하는 사람, 그리고 소중한 이에게 다가온 죽음에 동요하는 가족들까지도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와고에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와 자식이 재택호스피스를 통해 화해했던 사례를 들려주었다.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회복시켜줄 가능성이 있다”는 예다. 또한 동거인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혼자 사는 사람들’도 재택호스피스를 선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재택호스피스는 다음의 몇 가지가 준비되면 가능하다고 한다. 첫째는 본인의 의지, 둘째 가족의 동의, 셋째 의료진의 24시간 방문체제, 넷째 헬퍼의 협력, 마지막으로 연명치료를 희망하는지 여부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문서로 만들고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왕진을 통해 고통스러운 증상을 제어할 수 있고 응급 시 연락할 수 있는 24시간 방문체제를 갖춘 의료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병원의 주치의와 상의하거나, 지자체 사회보험 관련 사무국에 문의하거나, 지역의 방문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
재택의료 실시하는 의료진 매년 늘어
일본에선 현재 사망 전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재택의료를 추진하는 정책이 입안됐다. 그에 따라 재택의료를 실시하는 의사의 진료보수도 개선되는 등, 재택 호스피스케어에 참여하는 진료소와 의료진들이 매년 늘고 있다.
소요되는 비용은 의료보험 범위 내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진의 교통비도 개인병실과 비교하면 적게 든다. 말기암의 경우 40세 이상은 개호보험 대상자가 된다. 이런 조건만 갖춰진다면 재택호스피스는 상당히 이상적인 의료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내가 서비스 받고 싶은 의료기술을 가진 의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와고에씨의 말처럼, 재택 호스피스케어를 담당하는 의료팀의 질과 수에는 차이가 있다. 재택호스피스를 희망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 충분한 기술을 가진 의료팀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병의 상태나 가족의 상황에 따라서는 시설호스피스나 병원에서의 완화케어가 더 나은 경우도 있다고 가와고에씨는 덧붙였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게 죽음을 맞고 싶어 한다. 나도, 내 소중한 사람들도 설사 말기암이라 해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며, 이를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구리하라 준코) [관련 글] 말기환자 위한 호스피스 제도 보장돼야 (이경신)
※일본 재택호스피스협회 www005.upp.so-net.ne.jp/zaitaku-hospice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만약 내가 회복될 가망이 없는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어디서 생의 마지막을 맞고 싶을까. ‘재택호스피스’라는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암 사망자 90%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해
‘집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실제로는 80%의 사람들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죽고, 집에서 죽는 사람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암 사망자의 경우 90% 이상이 의료기관이며, 6%가 자기 집이다. 희망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유방암 투병경험을 바탕으로 의료를 생각하는 시민그룹 ‘이데아포’(Idea Four)는 재택호스피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달 도쿄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일본에서 ‘재택 호스피스케어의 개척자’로 불리는 의사 가와고에 코우씨가 재택호스피스 필요성과 현황을 이야기했다. 호스피스 의사인 가와고에 코우씨는 『집에서 돌보는 것-말기암 환자를 케어하는 재택호스피스의 진실』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남은 시간을 ‘자기답게 지낼 수 있도록’
'호스피스 의사' 가와고에 코우씨 ©페민
그는 20년 전부터 도쿄 하쿠주지 진료소 재택호스피스 부장을 맡아왔는데, 지역의 생활공간(주로 자택)에서 호스피스케어를 받는 ‘재택 호스피스케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2000년에는 ‘의료법인 팔리움클리닉(Pallium Clinic) 가와고에’를 개업했고, 동시에 ‘재택케어 지원그룹 팔리움’을 설립해 지금까지 수백 명의 말기암 환자를 돌봐왔다.
가와고에씨는 “암과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 하지만 병원의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할 때는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말기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스러운 치료가 아니라, 가능한 한 고통을 줄이는 ‘완화케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자기답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의사와 환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의료가 바로 ‘재택 호스피스케어’다.
가와고에씨는 재택호스피스의 좋은 점으로, 구속 없이 자유롭다는 것과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이나 역할(살아있는 희망과 의미)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있어 고독하지 않다는 것 등을 들었다.
간병하는 가족들도 케어를 받는다
‘내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고 희망하면서도 ‘실제로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재택 호스피스케어에 대한 정보가 아직 적기 때문이다. 또, ‘혹시 가족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가족환경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집에 있는 편이 통원치료를 하는 것보다 덜 번거로울 수도 있다. 재택 호스피스케어의 좋은 점은 환자뿐 아니라 간병을 하는 사람, 그리고 소중한 이에게 다가온 죽음에 동요하는 가족들까지도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와고에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와 자식이 재택호스피스를 통해 화해했던 사례를 들려주었다.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회복시켜줄 가능성이 있다”는 예다. 또한 동거인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혼자 사는 사람들’도 재택호스피스를 선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재택호스피스는 다음의 몇 가지가 준비되면 가능하다고 한다. 첫째는 본인의 의지, 둘째 가족의 동의, 셋째 의료진의 24시간 방문체제, 넷째 헬퍼의 협력, 마지막으로 연명치료를 희망하는지 여부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문서로 만들고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왕진을 통해 고통스러운 증상을 제어할 수 있고 응급 시 연락할 수 있는 24시간 방문체제를 갖춘 의료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병원의 주치의와 상의하거나, 지자체 사회보험 관련 사무국에 문의하거나, 지역의 방문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
재택의료 실시하는 의료진 매년 늘어
일본에선 현재 사망 전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재택의료를 추진하는 정책이 입안됐다. 그에 따라 재택의료를 실시하는 의사의 진료보수도 개선되는 등, 재택 호스피스케어에 참여하는 진료소와 의료진들이 매년 늘고 있다.
소요되는 비용은 의료보험 범위 내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진의 교통비도 개인병실과 비교하면 적게 든다. 말기암의 경우 40세 이상은 개호보험 대상자가 된다. 이런 조건만 갖춰진다면 재택호스피스는 상당히 이상적인 의료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내가 서비스 받고 싶은 의료기술을 가진 의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와고에씨의 말처럼, 재택 호스피스케어를 담당하는 의료팀의 질과 수에는 차이가 있다. 재택호스피스를 희망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 충분한 기술을 가진 의료팀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병의 상태나 가족의 상황에 따라서는 시설호스피스나 병원에서의 완화케어가 더 나은 경우도 있다고 가와고에씨는 덧붙였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게 죽음을 맞고 싶어 한다. 나도, 내 소중한 사람들도 설사 말기암이라 해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며, 이를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구리하라 준코) [관련 글] 말기환자 위한 호스피스 제도 보장돼야 (이경신)
※일본 재택호스피스협회 www005.upp.so-net.ne.jp/zaitaku-hospice
'경험으로 말하다 > 이경신의 죽음연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과 정성을 담아 선물을 마련하는 즐거움 (0) | 2009.12.23 |
---|---|
지행합일, 내 삶을 성장시키는 길 (1) | 2009.12.21 |
뜨개질을 하며 다채로운 시간체험을... (1) | 2009.12.15 |
몸의 고통과 함께 하는 삶 (0) | 2009.12.05 |
유기농산물이 안겨다 준 맛의 행복 (2) | 2009.12.01 |
죽음이 두렵지 않을만큼 잘 살고 있나? (0) | 2009.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