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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23)버자이너 다이얼로그⑤ 나의 치유, 세상의 치유
<여성주의 저널 일다> 공숙영
“수술을 꼭 해야 하나? 다른 병원에서 한 번 더 검사하거나 다른 의사 말도 좀 들어봐.”작년에 코스타리카로부터 귀국한 후 자궁의 종양제거수술을 받게 되자 동생이 걱정하였습니다.
“수술 받아. 큰 수술 아니니까 겁낼 거 없어. 보편적인 치료방법이야.”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어릴 적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했더니 수술을 받으라고 충고하였습니다.
수술, 전과 후
▲ 자궁근종 마이크로사진 © 출처: 위키피디아
마치 수술은 얼른 해치워버려야 하는 과제처럼 다가왔습니다. 수술만 잘 끝나면 내 삶은 제자리로 무사히 돌아가 원래 살던 대로 살 수 있고 살면 되리라는 기대를 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수술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술 전의 생활방식과 마음가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내 몸 속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자궁경부에는 이상세포가, 자궁 안쪽에는 종양이, 자궁 바깥에는 이상자궁내막조직이 생기다니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요?
같은 증상을 앓는 여성의 수가 적지 않고, 꾸준한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잘 받으면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납득도 안심도 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궁금했고, 어떻게 해야 더 나빠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 친구로부터 심상치 않은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여성의 질병, 하소연 또는 절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원제: Women's bodies, Women's Wisdom)>라는 제목의 이 책은 ‘모든 병은 메시지다! 12세 이상 여성의 건강과 치유를 위한 의식혁명’이란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미국인 여성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는 오랜 시간 병원에서 일하다가 심신의학과 여성건강관리 분야에서 자신의 새로운 소명을 찾기에 이릅니다.
“20여 년 동안 나는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했다. 그들의 질병은 식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수술이나 약물로도 완치되지 않았다. 일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한, 그리고 삶의 과정에서 누적된 감정을 마음껏 토로하지 않는 한, 특별한 식이요법이나 적당한 운동만으로는 여성의 질병을 만족스럽게 치료할 수 없다. (중략)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때, 여성은 육체적인 차원에서나 정신적, 감정적, 영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치유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치유’-수술 후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일시적인 생리중단으로 인한‘폐경’의 시간을 겪고 있던 저로서는 이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감정 및 감정적 상처와 몸의 긴밀한 관계를 여성 건강에 결부시켜 설명합니다.
“여성이 처한 삶의 조건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건강이란 문제를 제기한다. 수많은 여성이 만성적 골반 통증, 질염, 난소낭종, 생식기 사마귀, 자궁내막증, 자궁경부 이형성증에 시달린다. 이것들은 모두 여성에게만 있는 신체기관에서 발병하는 질병들이다. 이러한 질병은 몸이 우리에게 던지는 하소연이다.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몸의 절규이다.”
마음의 상처를 공개한 후 낫기 시작한 환자
▲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책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한문화, 2000)의 표지
저자는 성폭행, 낙태 및 유산, 부적절하거나 불완전한 애정관계와 가족관계 등으로 인해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여성들에게 산부인과 질환이 나타난 구체적 사례들을 열거합니다.
그 중 약물요법과 음식조절을 통한 대안치료 모두 효과가 없었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음부와 질에 만성포진을 앓고 있던 이 환자는, 알고 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어머니가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던 상처가 있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내 질이 아프다고 크게 떠들고 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는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거든요.”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신기하게도 이 환자는 낫기 시작했고 결국 만성포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읽으면서 저는 적잖이 놀람과 동시에 솔직히 거부감도 느꼈습니다. 아무리 몸과 마음의 관계가 밀접하다고 해도, 질병을 개인의 사적인 경험과 그로부터 연유한 내적 갈등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방식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안내자'로서의 질병
책 속에는 저자의 치료방식에 반발심을 보인 환자의 에피소드도 나옵니다. 자궁근종(양성 자궁종양)을 앓는 한 환자에게 그 병이 그 환자의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환자가 화를 내며 이렇게 반문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병에 걸린 것이 내 책임이란 말입니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렇게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으며 책임의 한계를 따질 이유도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치유를 위해서, 그녀는 자궁근종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병을 단지 치료해야 할 ‘적’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 관심을 끌려는 ‘내면의 안내자’라고 생각해야 했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인과관계나 책임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병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려는 것이 자신의 참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질병을 받아들이라고 권합니다.
“치유를 위해서는 질병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기보다는 질병을 적극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질병이나 삶을 자기만의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은 질병이나 삶의 환경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간다.”
수술에도 사랑과 치유가 있다
▲ 스페인의 여성미술가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의 <To be reborn>(1960)
“나의 치유가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다”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 저자는 이 책을 쓰던 중에 자궁근종 발병을 진단받습니다. 자신이 자궁근종 환자가 되었다는 사실 앞에 그녀는 낭패감을 느낍니다.
“나는 무언가 잘못했고 결국 실패했다는 느낌이었다. 그 날 밤늦게 나는 아랫배에 손을 대고 자궁에게 ‘그래, 네가 말하는 대로 할게’하고 중얼거렸다.”
침과 섭생을 통한 자연치유법의 치료를 하는 한편 저자는 자궁근종이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 타로카드를 보는데, 그녀가 뽑은 카드는 ‘구속’을 의미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내가 과거의 굴레에 구속당해 있다는 뜻이었다. 결국 자궁근종은 내가 과거의 틀에 중독되어 새로운 것을 억제하고 있다는 경고였다. 나는 더 많은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면의 지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과 가족을 포함하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저자는 전반적인 관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자연치유법만으로는 자궁근종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더 커져가면서, 자연치유법만을 고집하는 것 역시 아집일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수술을 받기로 결정합니다.
“수술과 회복은 많은 점에서 나를 깨우치게 해주었다. 나는 내가 피하려고 애썼던 수술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통해서 수술에도 사랑과 치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수술 한 달 후, 나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자유로워지고, 그 결과 자궁까지 자유로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치유를 향하여
아랫배를 내려다봅니다. 수술 자국이 보입니다. 어쨌거나 시간이 흘러 수술 후 회복이 끝나고 호르몬 주사도 다 맞고 생리도 돌아와서 아랫배에 남아 있는 흔적만 제외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나 자신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내 손이 약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순간 역시 이미 오래 전의 일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마치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는 것 같아도, 미래의 어떤 국면에 또다시 질병이 모습을 드러내어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게 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단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진실로 삶에 충실하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일 밖에 없을 터입니다.
“건강한 삶은 우리의 몸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완전히 치유된 건강한 사람이라고 상상해보라. 여성의 몸이 지닌 지혜를 알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어떤 느낌인가? 우리의 몸과 감정은 우리를 진정한 삶으로 안내해주는 밝은 길이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 (일다 / 공숙영)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광고 없이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일다의 친구를 찾습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공숙영
“수술을 꼭 해야 하나? 다른 병원에서 한 번 더 검사하거나 다른 의사 말도 좀 들어봐.”작년에 코스타리카로부터 귀국한 후 자궁의 종양제거수술을 받게 되자 동생이 걱정하였습니다.
“수술 받아. 큰 수술 아니니까 겁낼 거 없어. 보편적인 치료방법이야.”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어릴 적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했더니 수술을 받으라고 충고하였습니다.
수술, 전과 후
▲ 자궁근종 마이크로사진 © 출처: 위키피디아
마치 수술은 얼른 해치워버려야 하는 과제처럼 다가왔습니다. 수술만 잘 끝나면 내 삶은 제자리로 무사히 돌아가 원래 살던 대로 살 수 있고 살면 되리라는 기대를 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수술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술 전의 생활방식과 마음가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내 몸 속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자궁경부에는 이상세포가, 자궁 안쪽에는 종양이, 자궁 바깥에는 이상자궁내막조직이 생기다니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요?
같은 증상을 앓는 여성의 수가 적지 않고, 꾸준한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잘 받으면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납득도 안심도 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궁금했고, 어떻게 해야 더 나빠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 친구로부터 심상치 않은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여성의 질병, 하소연 또는 절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원제: Women's bodies, Women's Wisdom)>라는 제목의 이 책은 ‘모든 병은 메시지다! 12세 이상 여성의 건강과 치유를 위한 의식혁명’이란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미국인 여성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는 오랜 시간 병원에서 일하다가 심신의학과 여성건강관리 분야에서 자신의 새로운 소명을 찾기에 이릅니다.
“20여 년 동안 나는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했다. 그들의 질병은 식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수술이나 약물로도 완치되지 않았다. 일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한, 그리고 삶의 과정에서 누적된 감정을 마음껏 토로하지 않는 한, 특별한 식이요법이나 적당한 운동만으로는 여성의 질병을 만족스럽게 치료할 수 없다. (중략)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때, 여성은 육체적인 차원에서나 정신적, 감정적, 영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치유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치유’-수술 후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일시적인 생리중단으로 인한‘폐경’의 시간을 겪고 있던 저로서는 이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감정 및 감정적 상처와 몸의 긴밀한 관계를 여성 건강에 결부시켜 설명합니다.
“여성이 처한 삶의 조건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건강이란 문제를 제기한다. 수많은 여성이 만성적 골반 통증, 질염, 난소낭종, 생식기 사마귀, 자궁내막증, 자궁경부 이형성증에 시달린다. 이것들은 모두 여성에게만 있는 신체기관에서 발병하는 질병들이다. 이러한 질병은 몸이 우리에게 던지는 하소연이다.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몸의 절규이다.”
마음의 상처를 공개한 후 낫기 시작한 환자
▲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책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한문화, 2000)의 표지
저자는 성폭행, 낙태 및 유산, 부적절하거나 불완전한 애정관계와 가족관계 등으로 인해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여성들에게 산부인과 질환이 나타난 구체적 사례들을 열거합니다.
그 중 약물요법과 음식조절을 통한 대안치료 모두 효과가 없었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음부와 질에 만성포진을 앓고 있던 이 환자는, 알고 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어머니가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던 상처가 있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내 질이 아프다고 크게 떠들고 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는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거든요.”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신기하게도 이 환자는 낫기 시작했고 결국 만성포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읽으면서 저는 적잖이 놀람과 동시에 솔직히 거부감도 느꼈습니다. 아무리 몸과 마음의 관계가 밀접하다고 해도, 질병을 개인의 사적인 경험과 그로부터 연유한 내적 갈등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방식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안내자'로서의 질병
책 속에는 저자의 치료방식에 반발심을 보인 환자의 에피소드도 나옵니다. 자궁근종(양성 자궁종양)을 앓는 한 환자에게 그 병이 그 환자의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환자가 화를 내며 이렇게 반문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병에 걸린 것이 내 책임이란 말입니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렇게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으며 책임의 한계를 따질 이유도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치유를 위해서, 그녀는 자궁근종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병을 단지 치료해야 할 ‘적’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 관심을 끌려는 ‘내면의 안내자’라고 생각해야 했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인과관계나 책임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병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려는 것이 자신의 참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질병을 받아들이라고 권합니다.
“치유를 위해서는 질병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기보다는 질병을 적극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질병이나 삶을 자기만의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은 질병이나 삶의 환경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간다.”
수술에도 사랑과 치유가 있다
▲ 스페인의 여성미술가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의 <To be reborn>(1960)
“나의 치유가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다”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 저자는 이 책을 쓰던 중에 자궁근종 발병을 진단받습니다. 자신이 자궁근종 환자가 되었다는 사실 앞에 그녀는 낭패감을 느낍니다.
“나는 무언가 잘못했고 결국 실패했다는 느낌이었다. 그 날 밤늦게 나는 아랫배에 손을 대고 자궁에게 ‘그래, 네가 말하는 대로 할게’하고 중얼거렸다.”
침과 섭생을 통한 자연치유법의 치료를 하는 한편 저자는 자궁근종이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 타로카드를 보는데, 그녀가 뽑은 카드는 ‘구속’을 의미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내가 과거의 굴레에 구속당해 있다는 뜻이었다. 결국 자궁근종은 내가 과거의 틀에 중독되어 새로운 것을 억제하고 있다는 경고였다. 나는 더 많은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면의 지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과 가족을 포함하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저자는 전반적인 관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자연치유법만으로는 자궁근종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더 커져가면서, 자연치유법만을 고집하는 것 역시 아집일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수술을 받기로 결정합니다.
“수술과 회복은 많은 점에서 나를 깨우치게 해주었다. 나는 내가 피하려고 애썼던 수술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통해서 수술에도 사랑과 치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수술 한 달 후, 나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자유로워지고, 그 결과 자궁까지 자유로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치유를 향하여
아랫배를 내려다봅니다. 수술 자국이 보입니다. 어쨌거나 시간이 흘러 수술 후 회복이 끝나고 호르몬 주사도 다 맞고 생리도 돌아와서 아랫배에 남아 있는 흔적만 제외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나 자신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내 손이 약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순간 역시 이미 오래 전의 일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마치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는 것 같아도, 미래의 어떤 국면에 또다시 질병이 모습을 드러내어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게 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단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진실로 삶에 충실하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일 밖에 없을 터입니다.
“건강한 삶은 우리의 몸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완전히 치유된 건강한 사람이라고 상상해보라. 여성의 몸이 지닌 지혜를 알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어떤 느낌인가? 우리의 몸과 감정은 우리를 진정한 삶으로 안내해주는 밝은 길이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 (일다 / 공숙영)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광고 없이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일다의 친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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