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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몸 이야기⑮ 민감하게 반응하기 
 
<장애여성의 몸 이야기> 연재는 외면하기, 직면하기, 비교하기, 수용하기, 강점 찾기, 표현하기 등 장애여성이 자신의 몸에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타자화된 장애여성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우리 자신의 언어를 통해 장애여성의 삶을 재구성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 – 편집자 주
 
나이 서른에 찾아온 골다공증
 
골다공증, 척추측만증, 질염, 요로 결석. 지난 3년간 받은 진단명들이다.
 
올해 2월, 허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고 통증도 오래 가서 주치의와 상담을 했다. 간단하게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주치의가 “골밀도가 좀 낮은 것 같다”며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골밀도 검사에 응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골밀도가 -2.0 이하면 정말 심각한 상태인데 고관절 쪽은 -1.8이고 다른 곳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진단이었다. 한마디로 골다공증이라는 것. 나이 서른에 받은 골다공증 진단의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았고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골다공증의 원인은 체중조절을 위한 다이어트다. 팔로 체중을 지지해 침대에 올라가거나 휠체어로 옮겨 앉을 때, 체중이 늘면 몸에서 이상신호가 온다. 허리가 아프고 팔이 아프고 움직이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뒤 늘 체중조절을 했다. 적게 먹고 끼니를 자주 거르고 조금씩만 움직였다. 내 선에선 체중조절을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로 인해 결국 골다공증이 찾아왔다.
 
2008년에는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요통이 심해져 병원에 갔는데 척추측만이 발견돼 허리보조기를 맞췄다. 측만증 진행 초기라 보조기를 하면 어느 정도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측만증은 엑스레이를 찍기 전엔 잘 알 수 없고 육안으로 현저히 증세가 드러날 정도가 되면 수술 외에는 교정방법이 마땅치 않다. 초기에 발견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결석수술을 받다
 
부인과 질환인 질염도 자주 발생한다. 배뇨장애로 인한 카데터 삽입을 하다 보면 카데터가 질로 들어가기도 하고 늘 앉아 있으니 아래가 습해서 질염의 빈도가 잦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주로 생기는데 자가 치유되기도 하지만 2주 이상 증세가 지속되면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질정을 넣고 항생제를 처방받는 치료를 2-3회 가량 한다. 질염이 만성화되면 나중에 자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글을 읽어서 두렵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요로결석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했다. 허리야 늘 아프고 배뇨도 힘들기 때문에 통증에 둔감했는데 혈뇨가 생겨서 비뇨기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작은 달걀 크기 정도의 결석이 방광에 있었다. 너무 커서 쇄석기로 처리할 수 없어 3차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방광이 너무 두껍고 딱딱해서 아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2주 동안 입원했다. 노르스름한 결석을 투명한 용기에 담아 돌려줬었는데 한동안 버리지 못했었다. 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종종 몰려와 그 결석을 구경했고 난 일종의 수치심을 느꼈었다. 결석 수술 후 퇴원을 하면서 배뇨를 위한 카데터 사용 훈련을 받았고 지금은 카데터로 소변을 본다.
 
이 수술 전에는 의사들을 의심했었다. 2003년 퇴원 후 처방받은 약에 ‘이펙사XR’이 들어 있었는데 찾아보니 내게 있어선 부작용이 좀 민감하게 나타날 수도 있는 약이었다. 다음 진료에서 그 약의 부작용에 대해 문의를 하니 그냥 다른 약으로 다시 처방해줬다. 후에 주치의가 해외연수에 가는 바람에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이 의사가 약값이 비싸다며 같은 효능의 보험이 적용되는 약으로 교체해줬다. 약효는 같지만 비용이 50%이상 저렴해졌다.
 
그 후 이 의사로 주치의를 교체하고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도 새로운 약을 처방받으면 의사가 알아서 처방했으려니 무조건 믿기보다 약명을 확인하고 꼭 효능을 검색하게 된다. 내가 예민하지 않으면 내 몸과 정신이 받을 스트레스를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를 수용하는 것과 병을 키우는 것은 다르다”

 
근본적으로 내 몸의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것은 2007년 요로결석 수술이 계기였다. 당시 증세를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큰 수술을 하게 되니 비용도 많이 들었거니와 몸 상태도 나빠졌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만 안 좋아져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질병과 증상은 예방이 최선책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건만 막상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만하면 꽤 비싼 수업료였다고나 할까.
 
그런 까닭에 주변에서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비용 혹은 이동상의 문제로 인해 병원에 가기를 꺼려하거나 포기하는 장애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답답한 마음에서 꼭 잔소리를 하게 된다. 물론 민감하게 굴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건 내 몸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증상과 질병이 비록 장애에서 기인한 것일지라도 장애를 수용하는 것과 병을 키우는 문제는 완전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장애로 인해 숱한 질병과 증상을 경험하면서도 내 몸을 위해 한 일이라곤 곪아터질 때까지 방치하다가 처방을 받고 그 처방을 의심하는 정도였다. 내가 이처럼 민감하게 내 몸 상태를 점검하고 걱정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어쩌면 남들 보기에 건강염려증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건강에 대해 민감한 노인들을 죽을 때가 다 되었으면서 지나치게 삶에 집착하는 추한 욕망의 코드로 읽어내는 것처럼, 장애가 있는 우리 몸도 건강할 필요가 없는 몸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두려워 내 몸이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치는 소리를 외면하는 태도는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다.
 
나이 서른에 찾아온 골다공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이 모두 장애 탓인 것만은 아니다. 남들과는 많이 다른 내 몸의 조건과 상태를 잘 헤아리려 하지 않은 내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 탓인지 내 탓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내 몸의 주인으로서 스스로의 몸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싶다. 서른에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나도 앞으로 남은 40~50년을 건강하게 살고 싶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푸훗_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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